“중복지원 걸러낼 장치도 없이 졸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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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유치원 모집룰’ 긴급수정 이후… 지원 첫날 학부모들 뒤숭숭
교육청 “지원횟수 초과땐 합격 취소”… 현장선 “조희연 어설픈 실험에
규정지킨 사람만 손해볼수도…”

“중복 지원을 감시할 시스템도 없다는데 규정을 지킨 사람만 손해 보는 것 아닙니까?”

서울지역 유치원 원서 접수가 시작된 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유치원. 원서를 제출하러 온 김모 씨(36)는 서울시교육청의 졸속 정책에 어이없어했다. 김 씨는 “원서에 쓰는 것은 이름과 생년월일뿐이고, 어떤 곳은 접수번호만 받고 가는 곳도 있었다”며 “무슨 방법으로 중복 지원을 가려낸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부 유명 유치원의 과잉 쏠림을 지양하기 위해 올해부터 무제한이던 유치원 지원횟수를 4회로 제한했다. 또 유치원 추첨일을 사립은 가군(4일), 나군(5일), 다군(10일)으로, 공립은 가군(10일)과 나군(12일)으로 한정하고 중복 지원도 금지했다.

문제는 중복 지원을 했는지를 점검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 원서 접수는 유치원별로 받기 때문에 각 유치원이 지원자를 모두 시교육청에 제출하거나, 유치원 컴퓨터를 모두 통합한 전산망이 없다면 중복 지원자를 가려낼 수가 없다. 유치원마다 지원양식이 다른 것도 중복 지원자를 가려낼 수 없는 이유다. 유치원별로 이름과 생년월일만 적는 곳도 있고, 주민등록번호를 적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 사이트에는 “한 곳은 양력으로, 다른 한 곳은 음력으로 적으면 안 걸린다”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도 올라왔다. 어떤 곳은 아예 이름, 생년월일도 없이 접수증으로 지원서를 대체하는 곳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지원서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중복 지원을 걸러낸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아이가 올해 유치원에 들어가는 한 학부모는 “주변에서 걱정 말고 중복 지원을 하라고 하는데 그래야 할 것 같지만 내심 겁도 나서 망설이고 있다”며 “경험상 이런 경우에는 저지르는 것이 이득인 것은 알지만 혹시 몰라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유치원 신입생 선발 방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서울시교육청은 1일 “정해진 횟수를 초과해 지원한 학부모가 적발되면 합격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발 방법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유치원#혼선#중복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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