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뛰기, 연예인도 단골고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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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 일대 6개업체 69명 입건
강남권 1만원-수도권 10만원 받아… 확인된 부당이익만 4억원에 달해

유명 여가수 A 씨(32)는 올 3월 1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이른바 ‘콜뛰기’ 그랜저를 타고 인근 안무 연습실로 이동했다. ‘콜뛰기’는 일반 택시 요금보다 4배 정도 비싸지만 고급 차량에 껌, 구강청정제, 스타킹 등 각종 서비스 용품까지 비치돼 있어 강남 일대에서 인기가 높다. 2km가량 이동한 뒤 1만 원을 내고 내리려던 순간 경찰이 다가왔다. A 씨가 탄 차는 택시 영업 허가 없이 불법 운행하는 차량이었다. A 씨는 “친한 언니가 알려줘서 이용했을 뿐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콜뛰기는 강남 일대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변 노출을 꺼리는 연예인이나 부유층 등도 즐겨 이용하고 있다. 중대형 고급 승용차 안에 태블릿PC, 생수, 담배 등 서비스 물품이 구비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은 2001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대 12년 동안 강남 일대에서 콜뛰기 불법 영업을 해온 6개 업체 직원 69명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콜뛰기 차는 인도나 횡단보도를 질주하는 등 불법 난폭운전을 일삼는다. A 씨를 태운 차도 10분가량 이동하면서 중앙선을 침범해 질주했다. 운전사는 안전띠조차 매지 않았다. 운전자 가운데는 범죄경력자가 적지 않다. 이번에 단속된 69명 중 60명(87%)은 특수절도, 성매매 알선, 폭행 등의 전과 보유자였다.

경찰 조사 결과 적발된 업체들이 보유한 고객 휴대전화번호 주소록에는 가수 출신 방송인 B 씨(38), 남성 아이돌 그룹 가수 C 씨(24) 등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다수 입력돼 있었다. B 씨는 20여 회, C 씨는 10여 회씩 콜뛰기를 이용했을 정도로 단골이었다. 다만, 콜뛰기 고객은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경찰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전직 콜뛰기 운전사 D 씨는 7일 본보 기자와 만나 “슈퍼카를 가진 연예인도 팬들의 눈을 피해 클럽에 가거나 애인을 만나는 등 은밀한 사생활을 감추기 위해 콜뛰기를 애용한다”며 “그래서 콜뛰기 직원은 늘 ‘보안이 생명’이라고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호업체 요원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경찰이 콜뛰기 운전사 남모 씨(35)의 차량을 단속했을 때 트렁크에서 경호업체 이름이 적힌 조끼가 발견됐다. 남 씨가 속한 업체 직원 7명은 송파구의 한 경호업체에서 1인당 37만 원씩 내고 4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경호원 행세를 하며 콜뛰기 영업을 해왔다. 또 무전기를 통해 자신들만의 은어를 주고받으며 경찰 단속에 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 일대 콜뛰기 업체는 강남권 1만 원, 비(非)강남 서울지역 3만∼5만 원, 수도권 10만 원가량의 요금을 받았다. 이번에 단속된 6개 업체로부터 경찰이 확인한 부당이익만 4억 원에 이른다. 차량 유지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으로만 업체 대표는 한 달에 500만 원 이상, 운전사는 200만∼400만 원을 챙겼다. 고객의 전화번호가 담긴 ‘콜뛰기 영업용 전화기’는 업체끼리 대당 500만∼1000만 원에 거래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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