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강병인 캘리그래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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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씨? 같은 글자 1000번 썼죠”… 강병인 씨 만난 이지영·유연우 양

최근 강병인 캘리그래퍼(가운데)를 만난 서울 잠원초 5학년 이지영 양(왼쪽)과 경기 갈뫼초 4학년 유연우 양.
최근 강병인 캘리그래퍼(가운데)를 만난 서울 잠원초 5학년 이지영 양(왼쪽)과 경기 갈뫼초 4학년 유연우 양.
영화와 드라마 제목, 책 제목, 광고 문구 등 주변을 살펴보면 멋스러운 손 글씨를 볼 수 있다. 도대체 이런 글씨는 누가 쓰는 것일까? 바로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캘리그래퍼’다.

캘리그래퍼(calligrapher)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아름다운’이라는 뜻을 가진 ‘캘리’와 ‘글씨’라는 뜻의 ‘그래피’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가 캘리그래피로,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캘리그래퍼로 꼽히는 강병인 씨(51)는 숭례문 복원공사 당시 세워진 가림막에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 그대로’라는 글씨를 쓴 주인공. 드라마 ‘착한남자’ ‘신의’ ‘대왕세종’ ‘공주의 남자’ ‘엄마가 뿔났다’와 영화 ‘의형제’의 제목도 강 씨의 작품이다.

강 씨를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강 씨의 작업실에서 서울 잠원초등학교 5학년 이지영 양과 경기 갈뫼초등학교 4학년 유연우 양이 만났다.

서예 좋아하던 초등생, 캘리그래퍼 꿈꾸다


강 씨는 초등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대표로 뽑혀 서예대회에 나갔을 정도로 서예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중학교 때 ‘영원히 먹과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스스로 ‘영묵(永墨)’이라는 호를 짓기도 했다.

출판사 디자이너, 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일본을 여행하면서 음식점 간판, 제품의 상표에 붓글씨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서예 작품을 제외하고는 붓글씨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강 씨는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글씨 잘 쓰려면 공부가 필수


“아름다운 손 글씨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나요?” 이 양이 물었다. 강 씨는 무턱대고 글씨를 쓴다고 해서 좋은 글씨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서 “내가 글씨로 표현해야 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야 좋은 글씨가 나온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강 씨는 드라마 제목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그 드라마의 주제와 줄거리부터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까지 낱낱이 조사한다.

강 씨는 “연기자가 자신의 배역을 충분히 이해할 때 감정이입을 하고 연기를 잘할 수 있듯이 캘리그래퍼 또한 좋은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글씨에 어떤 표정과 느낌을 담고 싶은지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 글씨를 완성하기 위해 같은 글자를 100∼1000번씩 쓰는 것이다.

한글 사랑해야 멋진 글씨 나와요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라는 유 양의 질문에 강 씨는 드라마 ‘대왕세종’의 제목을 꼽았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을 다룬 드라마이기 때문에 자부심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부담감도 컸기 때문이다.

당시 강 씨는 붓은 잡지도 못한 채 세종대왕의 어떤 면모를 글자로 표현할지를 고민하는 데만 한 달을 보냈다고. 마침내 ‘문화를 꽃피우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배려’라는 키워드를 떠올린 강 씨는 ‘대왕세종’이라는 글씨를 완성하기 위해 300장이 넘는 한지를 사용했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만든 문자예요.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대왕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글씨를 써보세요. 훨씬 멋진 모양의 글씨가 나올 거예요.”(강 씨)

글·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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