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결선현장, 경연대회 의미 넘어 세계인들과 즐기는 축제·교류의 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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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

제34회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y of the Mind World Finals) 개막식이 지난달 22일 미국 미시간 주 랜싱 시 미시간주립대에서 열렸다.
제34회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y of the Mind World Finals) 개막식이 지난달 22일 미국 미시간 주 랜싱 시 미시간주립대에서 열렸다.
지난달 22일 오후 7시 반(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 랜싱 시 미시간주립대 브레슬린 학생 이벤트 센터에서 ‘제34회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y of the Mind World Finals·OotM)’의 개막식이 열렸다.

현장은 대회 참가자, 심사위원, 자원봉사자 등 전 세계에서 온 약 1만8000명으로 가득 찼다. 자유의 여신상 모습을 본떠 만든 모자를 쓴 뉴욕 팀, 분홍색 플라밍고 모양의 모자를 쓴 플로리다 팀 등 참가한 미국의 주나 나라별로 자신들의 특징을 표현한 화려한 소품으로 치장한 참가자들로 대회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는 ‘도전과제’와 ‘자발성과제’ 등 2가지 부문의 창의력 과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평가하는 대회. 도전과제는 대회 1년 전 발표되는 5개 과제 중 한 가지를 골라 8분 안에 해결하는 것이고, 자발성과제는 즉석에서 문제를 내 팀원들의 순발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미션이다. 5∼7명이 한 팀이 되어 아이디어 경연을 펼친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 33개 주와 한국 캐나다 중국 폴란드 싱가포르 등 13개 나라에서 총 827팀 5800명의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이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월 열린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한국대회에서 은상 이상을 수상한 초등학교 2팀, 중학교 4팀, 고등학교 12팀이 참가했다.

5월 22∼25일 전 세계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꾼’들이 모였던 이 대회 현장을 가 봤다.

8분 공연으로 창의력 뽐내라!


“팀, 준비됐나요(Team, ready)? 시작(Team, begin)!”

팀의 힘찬 구호와 함께 23일 오후 3시 14분 부산 동성고 팀의 도전과제 경연이 시작됐다. 이들이 선택한 도전과제는 최대한 많은 무게를 버틸 수 있는 목재 구조물을 만드는 ‘위험: 내리막길’. 높이 20.32cm 이상, 무게 15g 이하의 목재 구조물을 경사로에서 굴려 일정거리를 이동하게 한 다음, 구조물이 부서질 때까지 구조물 위에 추를 올려놓는 과제다. 무대 한쪽에서 팀원 2, 3명이 추를 올리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구조물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여야 한다.

부산 동성고 팀 신민철 군(2학년)은 “살수대첩을 주제로 공연했다. 갑옷도 입고 창, 칼도 휘둘렀는데 심사위원들의 ‘매우 재미있다(very humorous)’는 반응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딱!’ 무게를 더는 이기지 못한 구조물이 부서지는 순간 관중석 곳곳에서는 아쉬운 탄성과 함께 격려를 보내는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번 대회에는 ‘위험: 내리막길’ 도전과제와 함께 △장애물을 지나 부품을 전달하는 차 3대를 제작하는 ‘애완동물 프로젝트’ △e메일이 전달되는 기계장치를 선보이는 ‘메일? 어떻게든 보내!’ △고전 건축물의 모형이 등장하는 공연인 ‘고전…뮤지컬을 위한 건축물’ △서로 다른 이상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공연 ‘보기 나름이죠!’ 등 총 5개 도전과제가 주어졌다. 창의력, 스타일, 팀워크 등을 종합평가한다.
도전과제별 ‘창의성’ 점수가 가장 높은 팀에게 주는 ‘라나트라 푸스카’ 상을 받은 서울 계성초 팀(왼쪽)과 ‘보기 나름이죠!’라는 주제로 연극을 선보이는 서울 광신고 팀.
도전과제별 ‘창의성’ 점수가 가장 높은 팀에게 주는 ‘라나트라 푸스카’ 상을 받은 서울 계성초 팀(왼쪽)과 ‘보기 나름이죠!’라는 주제로 연극을 선보이는 서울 광신고 팀.

서울 계성초 ‘창의성 최고’상 수상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2006년 대회 참가 이래 처음으로 대회 특별상인 ‘라나트라 푸스카(Ranatra Fusca)’ 상을 거머쥐었다.

서울 계성초 5학년 7명으로 구성된 팀이 그 주인공. 라나트라 푸스카는 도전과제별로 ‘창의성’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팀에 주는 상이다. 도전과제를 가장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팀이라는 의미. 계성초 팀은 ‘고전…뮤지컬을 위한 건축물’ 도전과제에서 ‘숭례문 복원’을 주제로 뮤지컬을 선보였다.

이 팀의 지도를 맡은 곽순종 계성초 교사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국보 숭례문이라는 소재가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면서 “대부분 고전건축물을 입체로 만드는데 우리는 2차원 평면에 숭례문의 특징을 잡아내 표현한 것도 차별화된 점”이라고 말했다.

서울 계성초 팀의 5학년 박훈 군은 “이 대회의 과제는 답이 없기 때문에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내 의견이 과제 해결 과정에 반영되는 점이 좋았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법인 ‘브레인스토밍’ ‘스캠퍼’ 등을 배운 게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외국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의 현장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는 단순한 경연대회를 넘어 세계인들과 직접 교류하며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대회 기간 내내 미시간주립대 곳곳에서 펼쳐지는 ‘핀 트레이드’ 현장이 대표적인 이벤트. 세계 각국 학생들은 직접 마련해 온 각양각색의 배지(핀·Pin)를 서로 맞바꾸며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각 팀은 다른 나라 팀과 ‘버디(친구) 팀’을 맺고 외국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소중한 기회를 갖는다.

서울 도곡중 2학년 김현규 군은 “버디 팀이었던 미국 캘리포니아 팀과 이야기하고 원반던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폐막식 이후 파티에서도 여러 외국인과 사진 찍고 춤추며 신나는 축제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한국대표단을 이끈 황욱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한국대표는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는 팀 단위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맞춤형 대회”라면서 “큰 상을 받지 않더라도 경연 과정에서 외국인과 교류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 대회인 제35회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는 내년 5월 말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나흘간 열린다. 한국대표단을 선발하는 한국 예선대회는 내년 1월 말∼2월 초 열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학생의 열띤 도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미국 미시간 주 랜싱 시 미시간주립대에서 열린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OotM) 폐막식에서 연설하는 새뮤얼 미클러스 미국 로완대 명예교수. 그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미국 미시간 주 랜싱 시 미시간주립대에서 열린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OotM) 폐막식에서 연설하는 새뮤얼 미클러스 미국 로완대 명예교수. 그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의 창시자 새뮤얼 미클러스가 말하는 창의성


“창의적 생각 이끌어내기 필수요소? 재미와 팀워크!”


“제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람’이란 자신이 처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 즉 근본적인 문제점을 간파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 놓아 둔 쥐덫이 갑자기 고장 났다고 칩시다. 이 상황에서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쥐덫이 고장 났으니까 새 쥐덫을 사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쥐를 없애는 것’입니다. 쥐덫은 쥐를 없애는 수많은 방법 중 한 가지입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나면 ‘쥐를 때려잡겠다’ ‘그물에 넣어 잡겠다’ 같은 다른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고, ‘집을 밀폐시킨 뒤 집에 물을 가득 채워 쥐를 잡겠다’처럼 엉뚱하지만 색다른 생각도 가능해집니다.”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OotM)의 창시자 새뮤얼 미클러스 미국 로완대 명예교수(78·산업디자인)는 “창의적인 사람이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는 학생들이 주어진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게끔 고안된 교육 프로그램이자 세계적인 대회. 미클러스 박사가 1978년 로완대 강의에서 소규모로 시작한 활동이 이 대회의 시초다.

미클러스 박사는 미국 교육계에서 ‘창의력 교육의 아버지’로 불린다. 현재 미국 초중고교 4000여 곳 이상에서 그의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를 상대로 창의력 교육, 영재 교육에 대한 강연을 한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 랜싱 시 미시간주립대에서 열린 제34회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현장에서 미클러스 박사를 만나 창의성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창의력은 교육으로 기를 수 있다

최근 많은 사람이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고(故)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를 원한다. 창의력,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을까?

미클러스 박사는 “물론 그렇다”고 답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창의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학교에서 창의력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훗날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 그는 “상상력을 실행에 옮기고 도전을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은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다”면서 ‘창의적으로 생각하기’의 과정을 소개했다.

미클러스 박사는 “첫 단계는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두 번째 단계는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 모으기”라고 말했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 혹은 이상한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떠오르는 아이디어 전부를 수집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가장 좋은 생각은 아닐 수도 있지만, 사소하거나 혹은 엉뚱한 아이디어에서 기발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아이디어 가치 판단하기입니다. 이때 파편화된 여러 아이디어를 결합하면서 생각을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은 생각의 폭을 넓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것? 재미와 팀워크!


미클러스 박사는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어 내기 위한 요소로 ‘재미’와 ‘팀워크’를 꼽았다.

“처음 제2외국어를 배울 때 단어와 발음을 무조건 암기하며 공부하다 보면 싫증이 날 수 있어요. 이때 특정한 상황과 이야기를 만들어서 외국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지금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는 겁니다. 기장이 ‘기내의 모든 화장실이 잠겨서 지금 난리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6시간만 참으면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처럼 엉뚱하지만 유머러스한 상황을 제시해주고 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외국어를 학습하면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다양한 생각도 갖게 될 겁니다.”

그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모으면서 영감을 주고받고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완성된다”면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랜싱(미시간 주)=글·사진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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