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투표 귀화 외국인들 “한국 국민된 것 이제야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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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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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귀화 독립유공자 후손 “헛공약 후보 꼭 가려낼것”독재국가-난민자 출신들 “정책선거 실종” 쓴소리도

19세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우여곡절 끝에 국적을 취득한 이들에게 이번 총선은 의미가 남다르다. 독재 국가에서 평생 거수기 역할만 하다가 귀화해 처음으로 한 표를 던지는 귀화자들과 긴 기다림 끝에 한국인으로 인정받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그렇다.

지난달 한국 국적을 얻어 이번 총선에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에티오피아 출신 S 씨(30)는 “이제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게 됐다”며 기뻐했다. S 씨는 2003년 에티오피아에서 반독재 운동을 펴다가 한국으로 피신한 지 9년 만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S 씨는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하던 곳을 떠나 ‘우리나라’ 한국을 이끌 후보를 직접 뽑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국적을 취득한 마뇌뇌아응 씨(35·여·사진)는 군부 독재 치하의 미얀마에서 나고 자라 이번 총선이 평생 첫 투표다. 그는 “곧 초등학생이 될 큰딸과 걸음마하는 세 살배기 둘째가 차별 없이 꿈을 펼 수 있도록 다문화 정책을 내는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며 첫 투표의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새내기 유권자’가 된 우즈베키스탄 출신 김엠마니콜나에브나 씨(45)는 “선거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후보에 대해 미처 알기도 전에 투표해야 하는 건 22년째 같은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마뇌뇌아응 씨도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이들도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안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책 경쟁이 실종된 선거에 대한 실망도 드러냈다. S 씨는 “길거리에서 유세하는 후보들이 왜 서로 비방만 하고 공약은 홍보하지 않느냐”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924년 순국한 독립운동가 이근수 선생의 후손으로 인정받아 지난해 특별 귀화한 이근휘 씨(52)는 “20년간 할아버지의 기록을 찾아 헤매다 드디어 뿌리를 찾아 투표까지 하니 기쁘다”면서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는 후보는 절대 뽑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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