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지, 비급여의 덫]<中>배보다 배꼽이 큰 ‘선택진료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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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료 2902원+8618원, CT진단 1만620원+1만7905원
의사 지정땐 모든 검사에 추가, 대형병원 가장 큰 수입원… 개원의들도 앞다퉈 도입

60대 남성 C 씨가 뇌출혈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C 씨는 입원해 신경외과 치료를 11일간 받았다.

C 씨가 낸 진료비 총액은 138만3623원. 이 가운데 비급여 진료비는 120만963원이었다. 선택진료비는 이 비급여 진료비의 11.3%인 13만5676원이었다. 교수급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때 내는 비급여 항목이 바로 선택진료비다.

선택진료비는 교수로부터 ‘직접’ 진료를 받을 때에만 내는 게 아니다. 해당 교수가 모든 진료의 책임을 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모든 검사에 자동적으로 선택진료비가 따라붙는다. 가령 C 씨의 진찰료는 2902원이었지만 여기에 8618원의 선택진료비가 추가됐다. 영상진단료 1861원에는 2630원이, 컴퓨터단층촬영(CT) 진단 1만620원에는 1만7905원이 더 붙었다. 일반적으로 선택진료비는 △진찰료의 55% △입원료의 20% △마취료의 100% △처치 및 수술료의 100% 이내에서 추가비용이 부과된다.

선택진료비는 대형 병원들의 가장 큰 수입원이다. 지영건 차의과학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선택진료제도의 지불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으로 선택진료비 추정치는 총 1조1113억 원에 이른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간한 ‘2009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 명세에서 선택진료비는 전체의 26.6%를 차지해 병실차액(15.7%), 기타(12.1%)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게다가 2006년 24.5%, 2007년 25.8%, 2008년 26%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대형 대학병원과 치과의 선택진료비 수입액은 더 크다. 2009년 이런 병원들의 선택진료비 수입은 전체 수입의 31.0∼33.6%였다. 지난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춘진 의원(민주당)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2개 국립대병원이 200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선택진료비로 벌어들인 수입만 해도 6053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이들 병원 전체 진료비 수입(8조2604억 원)의 7.3%에 이르는 금액이다.

선택진료비가 ‘짭짤한 장사’가 되자 개원가에서도 ‘유사 선택진료비’가 등장했다. 서울 강남의 한 안과는 자체적으로 의사들을 시술경력에 따라 레전드, 프리미엄, 슈페리어로 나눴다. 라식 수술의 경우 가장 낮은 등급인 슈페리어급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약 150만 원을 낸다. 그러나 대표원장을 비롯해 가장 높은 등급인 레전드급 의사에게 시술을 받으려면 300만 원 이상을 줘야 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복지#의료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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