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상담 7개월째 ‘쉬고 있는’ 청소년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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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째 굶어… 도와주세요”… 홈피에 상담 글 줄이어도 작년 7월이후 답변 안해

사진의 인물과는 관계 없습니다동아일보 DB
사진의 인물과는 관계 없습니다
동아일보 DB
“가출하고 싶습니다. 밥 먹여주실 분 저 데리고 가세요. 집안일은 다 할 줄 압니다. ○○○-○○○○-○○○○ 문자 주세요. 아직 학생입니다.… 도와주세요. ㅠㅠ’

경남 김해에 사는 A 군(17)은 지난해 9월 19일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한터협)’에 이 같은 글을 3회 올렸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였다. A 군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터협으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터협은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법인으로 가출 청소년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여성부는 지자체와 함께 가출 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청소년쉼터’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터협은 청소년쉼터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협의회다.

한터협이 가출 청소년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터협 홈페이지의 ‘청소년소식난’에는 지난해 7∼11월에 한 달 평균 3, 4건의 가출 상담 글이 올라왔지만 피드백이 없다는 것.

‘가출했는데 4일 동안 밖에서 3끼밖에 못 먹었고요.… 도와주세요.’ ‘○○역 근처 쉼터 어디 있죠? 4일째 굶고 있어요.’ 이와 같은 가출 청소년의 문의는 꾸준히 올라왔지만 답변은 없었다. 결국 12월에 올라온 1건의 가출 문의를 끝으로 문의는 올라오지 않았다.

이 기간에 홈페이지 운영자가 게시판을 점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같은 시기인 지난해 9, 10월에 올라온 글 중 자신들이 벌인 ‘2012 청소년 문신제거시술 및 자립지원사업’ 신청과 관련된 질문에는 꼼꼼하게 답변이 달려 있었다. 가출 상담 문의에는 응답하지 않고 자기 사업과 관련된 문의에만 응답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터협 관계자는 9일 “담당자가 있긴 있는데, 어떡하다 보니 답변이 늦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터협이 본보의 취재 사실을 알게 된 이날 홈페이지에는 몇 달 만에 ‘갈 곳이 없어 힘들 때는 청소년쉼터를 이용해주세요’라는 답변이 올라왔다. 조금 뒤에는 ‘청소년소식 게시판에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복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답변이 늦어진 점 사과한다’는 공지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이 홈페이지는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는 사라졌다.

여성부가 지난해 12월 26일 발간한 ‘2011 청소년백서’에 따르면 14∼19세 가출청소년 신고 건수는 2007년 1만2240명에서 2010년 1만9445명으로 4년간 58.9% 늘었다. 여성부 관계자는 “여성부가 지원하는 수많은 단체의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앞으로 단체들에 대한 예산 배정 과정에서 이 같은 부분을 철저히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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