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고교 교내대회 이런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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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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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사정관전형 확대로 이색대회 수요 증가

(왼) 대전둔원고 ‘QR코드 명함 만들기 대회’ 수상작. 대전둔원고 제공 (위) 올해 3회째를 맞는 강원고 ‘봉암 스피치대회’. 강원고 제공 (아래) 충남 공주여고 ‘인터뷰기사 쓰기대회’에 참여해 인터뷰 중인 학생들. 공주여고 제공
(왼) 대전둔원고 ‘QR코드 명함 만들기 대회’ 수상작. 대전둔원고 제공 (위) 올해 3회째를 맞는 강원고 ‘봉암 스피치대회’. 강원고 제공 (아래) 충남 공주여고 ‘인터뷰기사 쓰기대회’에 참여해 인터뷰 중인 학생들. 공주여고 제공
《대전둔원고 1학년 김서현 양(16)에겐 남다른 명함이 있다. ‘헤어디자이너’라는 직함과 함께 빗, 가위 등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명함 한가운데 있는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가 눈에 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으로 QR코드를 찍으니 ‘중학생 때부터 미용에 관심을 가지면서 헤어디자이너라는 꿈을 갖게 된 김서현입니다’라는 소개글과 함께 이름, 연락처 등이 적힌 웹 페이지가 뜬다. 여러 헤어스타일의 사진, ‘벼머리 땋는 법’을 소개한 동영상도 보인다. 김 양이 즐겨 찾는 헤어 관련 블로그 주소도 링크돼 있다. 이 명함의 정체는 뭘까? 바로 대전둔원고가 9월 말 1학년을 대상으로 연 ‘나만의 QR코드 명함 만들기 대회’ 금상 수상작이다. 20년 후 갖고 싶은 직업을 상상하며 명함을 만들어본 것. 김 양이 직접 자료 수집하고 디자인했다.》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면서 다채롭고 톡톡 튀는 교내대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학·과학 경시대회, 영어 말하기 대회처럼 교과와 관련된 ‘전통적인’ 교내대회 외에도 아침을 꼭 먹자는 의미의 ‘아침 레시피 경연대회’, 부모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부모님께 편지쓰기 대회’ 같은 이색대회가 속속 생겨나는 것이다.

이처럼 독특한 교내대회들이 기획되는 까닭은 뭘까? 많은 경우 상위권 학생들이 상을 휩쓰는 교과 관련 대회 말고도 비교과 관련 교내대회들을 만들어 다양한 학생들이 수상 기회를 얻고 이를 대입에까지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 시작된 것.

그중에서도 학교들이 주력하는 대회는 단연 ‘나의 꿈 발표대회’ 같은 진로 관련 대회. 진로에 대한 학생의 고민과 열망을 크게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전형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데다 참여자에게 공부동기를 부여함으로써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교육을 강화하는 정부방침도 한몫을 더한다.

○QR코드에 진로활동자료를 담다!

앞서 소개한 대전둔원고의 ‘QR코드 명함 만들기 대회’가 대표적. 이 대회는 진로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까지 접목했다. 동영상처럼 종이로 표현할 수 없는 정보까지 담을 수 있는 QR코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

학생들은 명함에 삽입한 QR코드 안에 진로 관련 활동사진, 동영상을 담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인터넷 카페 주소를 링크할 수 있다. 교사는 명함 디자인뿐 아니라 QR코드에 담긴 자료가 얼마나 충실한지, 즉 얼마나 진로활동을 열심히 하는지를 중점 심사한다.

이 학교 정민광 진로진학상담교사는 “명함에 담기엔 한계가 있는 정보를 QR코드에 담아 자기 홍보에 용이하게끔 하는 한편, 입학사정관전형에서 포트폴리오로 활용 가능한 블로그, 카페 활동을 장려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수상작은 실제 명함으로 인쇄해 입상자에게 수여한다. 이를 적극 대입에 활용하겠다는 학생도 있다. 음악감독이 꿈인 1학년 허균 군(16)은 QR코드에 기타 치는 사진, 중학교 때 활동하던 밴드동아리 공연사진 등을 담아 공동금상을 받았다.

허 군은 “직접 공연하는 영상을 찍어서 QR코드 안에 꾸준히 업데이트할 계획”이라면서 “대학 입시전형에선 이 명함을 통해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해온 모든 활동을 평가자들이 손쉽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치대회 준비, 대학 면접에서 효력 발휘!

진로 관련 교내대회는 실제로 대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강원고 3학년 정민재 군(18)이 그런 경우다.

정 군은 올해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 토너먼트 형식으로 열린 교내 ‘봉암 스피치 대회’에 출전해 은상을 받았다. 표현력, 발표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2009년 시작된 이 5분 스피치 대회의 올해 주제는 ‘나의 꿈 나의 미래’. 정 군은 중2 때까지 축구선수로 뛰다 발목 부상으로 꿈을 접고 인문계고에서 다시 축구심판의 꿈을 키우게 된 과정을 발표했다.

스피치 원고를 준비하며 기른 발표력과 꿈에 대해 거듭 생각한 경험은 대입 면접에서 효력을 발휘했다. 스포츠 관련학과를 지망한 정 군이 뚜렷한 지원동기와 조리 있는 언변을 보이자 면접관이 “굉장히 말을 잘한다. 비결이 있느냐”고 물은 것. 정 군은 “스포츠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더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스피치대회를 준비했던 과정을 설명하며 다시 한 번 꿈을 향한 열망을 어필했다. 그는 면접 비중이 높았던 수시 일반전형을 통해 우석대 스포츠의학과, 원광대 스포츠과학부에 최종 합격했다.

이 학교 김해정 영어교사는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면서 해마다 대회 참여자가 늘고 있다”면서 “교내대회 성과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스템(에듀팟)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고 자기소개서, 면접에서 활용하기 좋기 때문에 다양한 학생들이 경험과 스펙을 쌓을 기회를 많이 마련하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내가 쓴 기사, 문화원 소식지에 실린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내대회도 이뤄진다.

충남 공주여고는 공주문화원과 연계해 최근 ‘2011학년도 교내 인터뷰기사 쓰기 대회’를 열었다. 학생들이 공주지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사는 각 분야 인물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기사 형식의 글을 쓰는 대회다.

공주문화원이 소리꾼, 사학자, 교육자, CEO(최고경영자), 명창 등 공주지역 인사들로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면, 학생들이 팀별로 원하는 인물을 골라 인터뷰를 진행한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인물을 인터뷰할 기회를 학교와 지역사회가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능동적, 적극적으로 진로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좋은 글은 공주문화원이 격월 발간하는 소식지 ‘공주문화’에 게재되는 기회도 얻는다.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글은 모아서 책으로 발간할 계획. 은상을 수상한 이 학교 2학년 문혜환 양(17)은 “우리 팀이 공주대 유아교육과 엄기영 교수님을 만나 인터뷰하고 쓴 글이 소식지에 실렸다”면서 “기자가 꿈이라서 미리 직업체험을 해볼 좋은 기회였다. 소식지는 잘 보관해 두었다가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할 때 포트폴리오 자료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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