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마지막 길, 어르신들에게 맡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3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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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애완동물 장례사'로 나선다.

60~70대 노인들이 일반인에게 생소하기만 한 애완동물 장례사업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들이 운영하는 애완동물 장례사업 에이지(AG)펫이 17일 본격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마무리 준비에 한창이다.

에이지펫은 지난 5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최한 노인 일자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아이템이다.

에이지펫의 가장 큰 특징은 '찾아가는 장례 서비스'다.

콜센터나 홈페이지를 통해 애완동물 장례 요청이 접수되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2명으로 구성된 '의전팀'이 직접 가정을 방문한다.

비록 애완동물이지만 반려동물을 잃은 가정의 슬픔을 배려하는 마음은 의전팀에 필수다.

정장으로 예를 갖춘 의전팀은 현장에서 애완동물 사체를 염한 뒤 정성껏 수습하고 사체는 장례사업소로 옮겨져 특수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용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주임은 "젊은 세대와 구분되는 어르신들의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배려는 장례 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자 경쟁력"이라며 "서비스 시작 전이지만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기대가 매우 큰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원은 예비인력 4명을 포함해 총 12명이다. 의전팀 8명과 콜센터 직원 2명, 그리고 장비운영팀 2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60~70대 노인들로 콜센터 직원 2명은 여성, 나머지는 모두 남성들이다.

시범사업기간인 올해 12월까지는 모두 단기계약직으로 고용되며 내년부터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급여는 시급 5천~6천원 수준으로 최저급여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며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근무한다.

에이지펫은 지난해 9월부터 사원 모집을 시작했다. 처음 반응은 시들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노인일자리박람회를 거치면서 지원자는마침내 50명을 넘어섰다.

사원 선발 과정에는 관련 경력, 장례업계 종사 경험 등과 함께 애완동물을 키워본 경험도 큰 요소로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전팀장을 맡고 있는 황인갑(72) 씨는 "실무교육을 통해 애완동물 장례사업이 동물 애호가에게 필요한 서비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슬픔을 당한 자들을 위로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생 경륜이 쌓인 노인들이 하기에 아주 적격"이라고 말했다.

이 주임은 "실제로 키우던 애완동물이 세상을 떠나 슬픔을 경험했던 어르신들도 많았다"며 "감정적인 공감을 넘어서 애완동물 장례업의 비전에 대한 믿음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체처리장비는 전자레인지의 원리를 응용해 수분을 제거하고 건조된 유골을 가루로 처리하는 친환경 장비다. 처리된 사체가루는 거름으로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사체가루는 다시 가족에게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년생 화초를 심은 화분으로 돌려주는 수목장 형식 등 가족을 배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노인인력개발원 측은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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