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서울대’ 1000억 늘려달라는데… 예산 딜레마 빠진 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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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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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깎아야 하나.’

내년 1월 국립대학법인으로 법인화하는 서울대가 올해 예산보다 1000억 원 늘어난 예산을 요구하면서 기획재정부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10월 국회에 제출할 정부 예산안을 짜고 있는 재정부로서는 충분한 예산을 주자니 부산대 경북대 등 법인화를 추진하는 후발주자들에 빌미를 줄 것 같고, 적게 주자니 ‘그러려고 법인화를 독려했느냐’는 비난을 받을 것 같아 난감한 입장이다.

1일 재정부에 따르면 서울대는 내년 예산으로 정부 출연금 3467억 원, 서울대 법인화 성과관리 명목 768억 원 등 총 4235억 원을 요구했다. 이는 올해 예산 3235억 원보다 1000억 원 많은 것. 법인화 성과관리 명목으로 새로 신청한 예산에는 △인재의 글로벌화 280억 원 △기초학문의 글로벌화 40억 원 △글로벌네트워크 구축 50억 원 △서울대 정보화 270억 원 등이 포함됐다.

서울대가 예산 증액을 요구한 데에는 그간 사용하던 정부 전산시스템을 바꾸고, 공무원 신분을 벗은 직원들의 4대 보험 가입 등 법인화로 인해 추가로 소요되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노벨상 수상자급 석학 유치, 스타교수 지원, 글로벌 우수인재 선발 등 서울대 법인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재정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정부 지원금까지 늘려줘야 되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대 측은 일부 학교 구성원의 반대 등 진통을 겪으며 어렵게 법인화를 추진하는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정부도 서울대 예산은 상당 부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예산을 짜야 하는 재정부로서는 신청 예산을 모두 받아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하면 세부 사업별로 심의하는 게 아니라 총액만 심의해 예산을 부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이 차기 예산의 바로미터가 되는 만큼 첫 예산을 많이 줘서 기준을 높여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 재정부의 생각이다. 또 향후 경북대 부산대 등 국립대들이 법인화됐을 때 예산이 적으면 서울대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재정부는 법인화법에 규정된 대로 전년도 예산과 물가상승률, 고등교육예산 증가율 등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법인화를 독려한 정부의 취지와 향후 법인화 전환 예정인 대학과의 형평성 등을 모두 감안해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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