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저축銀 9월 퇴출 압박에 몸 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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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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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대출 문턱, 서민은 숨이 ‘턱턱’

서울의 자영업자 김모 씨(40)는 최근 평소 거래하던 A저축은행을 찾았다가 “더는 대출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부채가 늘어났다’는 이유였지만 자세한 설명은 피하는 눈치였다. 김 씨는 “인상된 가게 보증금 3000만 원이 당장 필요하다”며 “은행에서도 문전박대를 받고 있는데, 저축은행마저 외면하면 대부업체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래 고객을 외면한 데는 저축은행에도 속사정이 있었다. 지난주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저축은행 경영진단반이 A저축은행에 들이닥쳤다. 대출채권 서류를 넘기던 경영진단반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대출은 위험하니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다그쳤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검사반원들이 책상에 앉자마자 매뉴얼을 올려놓고는 ‘여기 나온 대로 검사한다’면서 우리 얘기는 한마디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결국 자영업자나 서민들에게 대출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똑같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85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이달 초부터 실시하는 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9월 말까지 퇴출 대상을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이른바 ‘매뉴얼’대로 강도 높은 검사에 들어가자 뜻하지 않게 불똥이 서민들에게 튀고 있다. ‘내 코가 석 자’인 저축은행들이 부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대출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당국이 집중적으로 보는 것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자산건전성 분류다. 저축은행들은 당국이 보수적으로 자산건전성을 재분류하면 대부분 BIS 비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정상’으로 분류한 대출을 당국이 부실위험이 있는 ‘요주의’나 ‘고정’으로 재분류하면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이 몽니를 부리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진행한 대출에 문제가 있다며 충당금을 쌓으라고 하는데, 그걸 다 쌓자면 적자로 돌아선다”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이 기존에 문제가 됐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물론이고 개인사업자 대출 등 일반채권 분류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전해지자 저축은행들은 긴장하고 있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소규모 사업자 대출은 연체되지 않으면 통상 ‘정상’ 채권으로 분류한다”며 “앞으로 사업자의 경영상태 등을 반영해 부실위험이 있다며 충당금을 쌓으라고 요구하면 관련 대출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6·29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은행과 카드사, 상호금융회사의 대출을 억제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마저 서민을 외면한다면 이들은 결국 대부업체 등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을 솎아내기 위해 경영상태를 원칙대로 깐깐하게 보겠지만 BIS 비율만으로 퇴출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자구계획 등도 반영한다”며 “저축은행들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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