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에듀투어]자연이 일하는 소금밭, 조상의 지혜가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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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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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햇볕 바람··· 염전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쯤 되는 곳이 모두 소금밭인 태평염전. 이곳은 소금박물관과 함께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돼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염전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쯤 되는 곳이 모두 소금밭인 태평염전. 이곳은 소금박물관과 함께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돼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염전이다.
소금의 계절이 돌아왔다. 긴 겨울잠에서 미동도 않던 염전이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기지개를 켠다. 차갑던 바닷물이 태양의 온기를 담고 따뜻해지는 4월부터 소금 생산은 시작된다. 소금은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오죽하면 ‘금’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소금은 역사, 문화, 산업, 과학적 측면에서 조명되며 두루 교과서에 등장한다. ‘우리생활과 물질’ ‘혼합물의 분리’(초3) ‘자연환경과 생활모습’(초4, 6) ‘물질의 상태’(중1) ‘화합물과 혼합물’(중2) 등이다.

우리나라 소금밭은 서해안에 몰려있다. 국내 염전 면적의 절반이 넘는 전남 신안을 비롯해 경기 안산, 충남 서산과 태안, 전북 고창과 부안 등지에 염전이 있다. 하지만 소금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신안 태평염전,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 경기 시흥 갯골생태공원에 체험장이 있다.

훈이 가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염전인 태평염전을 찾았다. 소금박물관도 운영하는 곳이다.

○ 소금밭에서 ‘햇볕’과 ‘바람’이 하는 일은?

태평염전(전남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은 6·25전쟁 후 피란민들을 정착시키고 소금 생산을 늘리기 위해 1953년 들어선 염전이다. 두 섬을 방조제로 연결하고 사이의 갯벌을 소금밭으로 바꿨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국내 생산량의 5%를 차지한다. 천일염이란 바닷물에 녹아 있는 염분을 태양열과 바람을 이용해 농축시켜 만드는 자연산 소금이다. 증도면은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전망대에 오르니 네모 모양으로 끝없이 펼쳐진 소금밭과 일렬로 줄지어 선 수십 동의 소금창고가 한눈에 들어왔다. 창고가 늘어선 길이만도 3km에 달하니 여느 소금밭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관이다.

“광활하다는 말이 ‘딱’이네. 산업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겠는데?”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쯤 되는 곳이 모두 소금밭이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저기 바둑판처럼 생긴 밭에서 소금이 생산되는 건가요?”

“저긴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곳이야. 천일염을 만들려면 먼저 바닷물을 저수지로 끌어들인 뒤 증발지로 보내 태양열로 바닷물을 증발시키면서 염도를 높여야 하지. 그 다음 최종적으로 결정지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거야.”


바닷물을 증발시키려면 넓은 증발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소금밭의 대부분은 증발지다. 밭은 겉으로는 수평선처럼 보이지만 높낮이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소금물은 염도가 높아지면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소금밭 가운데 낮은 지붕이 있는 곳은 비가 올 때를 대비해 소금물을 가둬두는 비상창고다.

염도 3도가량의 바닷물은 이런 과정을 거쳐 증발지에서 20도까지 농축된다. 그리고 결정지에서 25도를 넘으면서 ‘소금꽃’을 하얗게 피우기 시작한다. 작은 결정들이 물 위로 떠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뭉친 결정이 굵은 알갱이가 되면서 아래로 가라앉는다. 바닷물이 소금으로 변하는 ‘마법의 시간’이다.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은 오후 2시경이 바로 이 매직 타임!

최상품 소금은 당일 생산한 소금이다. 해 뜨기 전 결정지에 가둔 소금물에서 해가 질 때까지 소금을 만들려면 마음이 바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죠?”

“소금을 거두는 작업은 대개 오후 4시에 시작돼. 고무래(곡식을 모으고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르는 데 쓰는 ‘정(丁)’자 모양의 기구)로 소금을 모으고 삽으로 수레에 퍼담는 일은 해질 때까지 이어지지. 아저씨들이 나타날 때까지는 햇볕과 바람이 일을 하지.”

소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10∼15일 걸리지만 날씨가 나쁘면 더 길어진다. 자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금의 맛이나 굵기는 햇볕, 바람, 소금물 상태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온이 섭씨 25도 이하로 내려가는 10월 말이면 소금 생산은 중단된다.

○ 그 옛날 조상들은 어떻게 소금을 얻었을까?

“이런 천일염 생산 방법은 언제 도입됐나요?”

“1907년 인천에 주안염전이 생기면서 처음 등장했다고 해. 100년이 넘었네.”

“그럼 옛날에는 어떻게 소금을 만들었나요?”

“바닷물을 퍼서 솥에 담고 끓여 만들었어. 염전이 없는 동해안에도 소금가마가 있었다고 해. 제주도는 해안가 넓적한 바위 위에서 소금을 채취했어. ‘소금빌레’라고 불리는 이 돌염전으로는 소금 생산량이 적으니 값이 비쌀 수밖에 없었겠지.”

엄청난 노동력과 많은 땔감을 필요로 하는 자염(바닷물을 졸여서 소금을 만듦)은 경제성을 앞세운 천일염이 나타나자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10여 년 전부터 태안지역에서 다시 생산되고 있다.

“슈퍼마켓에 있는 꽃소금은 뭐예요?”

“천일염을 물에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가열해서 다시 만든 거야. 희고 입자가 작지. 우리가 요리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게 꽃소금이야.”

‘soldier(군인)’ ‘salary(급여)’ ‘salad(샐러드)’라는 말의 어원인 영어 ‘salt(소금)’는 사람과 돈, 음식과 연관돼있다. 프랑스혁명은 막대한 소금세를 국가가 물리는 데 대한 반발이었으며 생선 염장이나 절임 같은 소금을 이용한 저장법이 발달한 것은 대항해시대를 이은 유럽 팽창의 밑거름이 됐다. 영국은 인도에 과도한 소금세를 부과함으로써 인도의 독립운동을 촉발했다.

“우리나라에는 소금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이 없었나요?”

“조용했던 걸 보면 심각한 문제는 없었던 모양이야. 어린아이가 오줌 쌌을 때 키를 씌워 이웃집에 소금을 얻어오게 하거나 상갓집에 다녀오면 부정을 막는다고 소금을 뿌리는 풍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닐까?”

소금의 쓰임새는 다양했다. 소금에서 나온 간수로는 두부를 만들었고 볍씨는 소금물에 담가 쭉정이를 건져냈다. 가난했던 시절, 소금은 주먹밥에 들어가는 밑반찬이었고 목욕탕에서는 치약 대용품으로 애용됐다. 1990년대 들어 천일염은 화학소금이나 중국의 저가 소금에 밀렸다. 염전이 문을 닫은 자리는 아파트나 생태공원이 들어섰다.

소금박물관은 소금창고를 개조한 건물이다. 돌로 만들어졌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태평염전과 함께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박물관은 소금창고 한 동 규모에 불과하지만 소금에 관한 지식을 알뜰하게 쌓을 수 있는 자료관이다.

소금의 역사를 비롯해 해인사 장경각과 신기전 같은 소금에 얽힌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소금 생산도구도 볼 수 있다. 소금밭 체험장에선 수차를 돌리고 소금도 만들어볼 수 있다.

“엄마, 여기 소금물에 콩물을 부으면 엄청난 판 두부가 만들어지겠네요.”

“두부 값이 더 비싸지면 그렇게 하지 않을까?(웃음)”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 썩지 않는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되라는 외침을 뒤로하고 소금밭을 나섰다.

조옥남 ‘특목고, 명문대 보낸 엄마들의 자녀교육’ 공동저자  

세상을 맛깔 나게 하는 소금 이야기

▷교과와 연계된 체험활동 목표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원리 알아보기
-소금이 식탁까지 오는 과정 살펴보기
-소금이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 알아보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할 만한 추천활동
-염전 일 체험하기
-소금 만져보면서 좋은 소금의 조건 알아보기
-소금의 종류 및 성분 알아보기
-갯벌과 염전의 관계 파악하기

▷+α 탐구활동
-염전의 발전과정 정리하기
-돌염전의 지형적 조건 및 소금 채취하는 법

알아보기
-소금을 얻기 위한 실험 고안하기
-염전 주변의 식물 관찰하기
-바다에서 나는 자원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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