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연평 주민 급박했던 대피 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8일 1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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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대피령..연평 주민 '대혼란'

"여기 몇명이야?" "9명, 10명은 절로 뛰었어"

28일 오전 북한 방향에서 울린 포성에 연평도 주민과 지역 공무원, 구호인력, 취재진 등 200여명은 앞다퉈 대피소로 달려갔다.

최철영 연평면 상황실장과 119 대원 등 4명은 긴급 대피를 지시하는 방송이 나오는 와중에서도 1t 트럭을 탄 채 대피소에서 대피소로 달리며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는지 확인했다.

달리려는 트럭 뒤 짐칸에 매달려 올라탄 기자는 이들과 함께 북한과 가장 가까운 마을인 새마을리로 달렸다.

맞은편에서 달려온 승용차 창문이 열리며 '이쪽은 아무도 없어"라고 외치는 소리에 쓰러질 듯 유턴해 마을 맞은 편 교회 인근 언덕 대피소로 향했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숨가쁘게 언덕을 뛰어내려와 마을 한 복판 주택가의 대피소로 뛰어들었지만 역시 불은 꺼져 있었다.

곳곳 해안 진지에는 옛 일본군의 동굴에까지 군인이 배치됐고, 북측의 해안상륙이 가능한 지점 곳곳에는 박격포병과 통신 박스카가 배치됐다.

마을 길 곳곳에는 특공대원과 군인이 깔려 보이는 사람마다 대피소로 밀어 넣었다. 가장 많은 인원이 몸을 피한 농협 앞 대피소로 들어가니 이미 100여명이 몰려들어 콩나물 시루가 돼 있었다.

오늘 배로 노모를 섬 바깥으로 모시려던 주민 박철훈(56)씨는 "괜찮을 거다. 별일이야 있겠냐"면서도 얼굴을 펴지 못했다.

박씨는 "좀 전에 어머니가 나가실 수 있도록 여객선 부두에 나가려 했었다. 근데 여객선이 앞바다에서 발이 묶였다고 하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민 박진구(51)씨도 "참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정말 앞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상대피령은 약 40분 만에 해제됐지만 부둣가에서는 여전히 비상을 알리는 종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대피소를 나서는 주민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멀리 방파제 위에는 여객선을 타려 앞다퉈 부두로 향하는 차량 행렬이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박철훈씨의 손에는 대피소가 추울까봐 미리 보자기에 싸둔 담요가 들려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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