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편지 나르고 홀몸노인 돕고… 보람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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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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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행복나르미’ 사업 1년 집배원 1142명 소외층 돌봐 8명 구명-화재 진화 등 성과

경산우체국 김규완 집배원(왼쪽)이 이태조 할머니의 안부를 여쭙고 있다. 이 할머니는 종일 방안에서만 생활하는 탓에 김 집배원이 찾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장영훈 기자jang@donga.com
경산우체국 김규완 집배원(왼쪽)이 이태조 할머니의 안부를 여쭙고 있다. 이 할머니는 종일 방안에서만 생활하는 탓에 김 집배원이 찾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장영훈 기자jang@donga.com
20일 오후 3시경 경북 경산시 남천면 금곡리. 승용차로 경산 시내 중심가에서 20여 분 달려서 도착했다. 도로에서 차 한대 겨우 지나갈 골목으로 들어간 뒤 작은 다리를 지났다. 200여 m 이동했을까 하는 순간 경산우체국 집배원 김규완 씨(47)는 “여기서부터 걸어가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를 따라 논두렁길을 몇 분쯤 걸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작은 집. 처참했다. 아무렇게나 얹어진 슬레이트 지붕은 낡아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했다. 돌담은 위태로웠다. 내부도 심각했다. 허리를 굽혀 들어간 통로는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이동할 수 있는 정도. 오래된 방문을 열자 10m²(약 3평) 정도의 공간이 보였다. 대낮임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그곳에 이태조 할머니(88)가 계셨다. 김 씨는 “무탈하시냐”고 인사를 건넸고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몇 번의 반복된 외침 끝에 “괜찮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씨가 매 주말 찾는 이곳은 남천면 일대 ‘행복나르미 홀몸노인 반찬 배달 가구’ 대상 10가구 중 한 곳. 김 씨는 “할머니는 건강이 나쁘고 거동이 불편하다. 종일 방안에만 있어 가끔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경북도와 경북체신청이 추진하고 있는 ‘행복나르미’ 사업이 1주년을 맞았다. 이 사업은 집배원을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원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북 23개 시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집배원 1142명이 참여하고 있다. 중증장애인, 홀몸노인 등의 생계위기 가구를 발견하면 행정기관에 통보하고 있다. 추진 성과는 일단 합격점이다. 고지서 같은 우편물은 지역 곳곳에 배달된다. 여기에다 집배원은 자신이 맡은 지역의 가구는 모두 파악하고 있는 상황. 따라서 사회안전망 보조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5월 3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의 한 주택가에서 페인트칠 작업을 하다 계단 아래로 넘어져 의식불명이었던 김모 씨(66)를 우편물을 배달하던 구룡포우체국 심위택 집배원(38)이 구조하는 등 1년간 8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주함창우체국 박재구 집배원(43)은 9월 30일 상주시 함창읍 신덕리의 한 축사 화재를 막아 소 100여 마리 등 10억 원 규모의 재산을 지켰다. 이 사업은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대국민 제도개선 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돼 장관상을 수상했다.

경북도는 24일 오전 11시 경주시 북군동 교원드림센터에서 ‘2010행복나르미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제도 취지 및 역할의 인식 부족, 위기가구 발굴 실적 저조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두고 논의한다. 특히 우수 집배원 10명의 사례 발표와 표창도 할 예정이다. 도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행복나르미 활동자료집을 발간해 앞으로 이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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