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洞주민센터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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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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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서비스 제공 넘어 장애인 일자리 창출 ‘희망센터’로

대구 달서구 상인3동 나눔전산기술 작업장에서 청각장애인 김병도 씨가 자동차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상인3동 나눔전산기술 작업장에서 청각장애인 김병도 씨가 자동차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15일 오전 11시경 대구 달서구 상인3동 ‘나눔전산기술’ 작업장. 약 50m²(약 15평) 공간에사 6명이 자동차부품 조립 작업에 한창이다. 5가지 공정으로 이뤄진 수작업은 부품을 일일이 손으로 끼우고 죄는 것. 6개월째 이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청각장애인(2급) 김병도 씨(32)가 일하는 속도는 예사롭지 않았다. 동료 직원들은 “김 씨는 차폭등 전기장치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며 “생산량이 제법 많고 불량률은 제로”라고 귀띔했다.

상인3동 주민센터가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몇 달간 운영 실적이 좋아서 일자리가 늘어났다. 각종 서류발급 등 단순 행정서비스만 제공하는 여느 주민센터와 다른 모습이다. 이 주민센터는 올 상반기(1∼6월)에 지역 중소기업 3곳과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제공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상인3동은 전체 인구 1만6000여 명 중 장애인 2800여 명, 60세 이상 2400여 명 등 취약계층 비율이 약 33%에 이른다. 상인3동 주민센터는 올 초 예산 부족으로 장애인 및 노인들이 희망근로,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대거 탈락하자 스스로 대책방안을 찾았다. 상인동 및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중소기업들이 단순노동 회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을 알고 구인구직 알선에 팔을 걷은 것. 그 결과 나눔전산기술, 대양섬유, 성진하이테크 등 3곳의 중소기업이 장애인 채용을 약속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용 1차 배선 조립, 수건 포장 등의 수작업을 장애인들에게 맡기기로 한 것.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은 재택근무라는 편의도 제공했다. 채용 인원은 4월에 24명으로 시작했지만 15일 현재 37명으로 늘었다. 요즘은 수출용 부품을 생산하는 숙련자들도 생겼다. 이로 인해 수익도 개인당 20% 정도 늘었다.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정중화 나눔전산 대표는 “이들의 월수입은 50만∼60만 원이지만 자립할 기회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상인3동 주민센터는 이러한 결과에 힘입어 또 다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이들을 위한 ‘공동작업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달서구도 사업비 2000만 원을 보태기로 약속했다. 작업장이 문을 열면 일자리 규모는 50여 명으로 늘어난다. 휴대전화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1곳도 추가로 장애인 채용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우태 상인3동장은 “장애인 등의 취약계층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도록 지속적으로 업체를 발굴해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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