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키워드가 있는 책읽기]베네수엘라 빈민가의 기적 ‘엘 시스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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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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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꿈이 있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 이슈 따라잡기 ■ 환풍기 설치공, 슈퍼스타 되다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에서 마지막 승자로 남은 허각 씨(25)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습니다. 편부 가정에 학력은 중졸, 163cm의 키에 평범한 외모인 허 씨는 노래 하나만으로 시청자를 감동시켰죠. “이 프로그램을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참가했다. 하지만 이젠 내 인생에 ‘다시 찾아온 기회’라고 생각하고 싶다. 가슴 안으로 다가갈 수 있는 노래를 하겠다”는 우승 소감은 많은 사람에게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노래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허 씨는 악보를 보는 법도 모른다고 합니다. 단지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꿈을 꿨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드라마 같은 결과가 탄생했습니다.

노래를 통해 꿈을 실현해가는 그를 보면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떠올랐습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으로 30만 명의 아이에게 무료로 악기를 나눠주고 음악을 가르친 음악교육 시스템입니다. 엘 시스테마에 참여한 어린이, 청소년 가운데 60% 이상이 사회 경제적 빈곤계층이었죠. 음악가이자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빈민가의 청소년에게 자기 돈을 들여 악기를 사주고 연주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범죄의 유혹에 노출된 이들을 밝은 세상으로 이끌었습니다.

최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한국판 엘 시스테마 추진을 천명해 화제가 됐습니다. 앞으로 소외된 지역과 학교폭력이 심각한 곳, 저소득층이 많은 학교에 정책적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음악이 학교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체피 보르사치니의 책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를 통해 음악으로 꿈과 희망을 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봅시다.

■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 베를린필 최연소 단원, 세계적인 지휘자를 배출한 원동력은?

ⓒLuis Cobelo
ⓒLuis Cobelo
“나는 학교 앞의 작은 집에 살아요. 나는 아버지가 없고 어머니는 사탕을 파세요.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열 살에 처음 음악을 시작하면서 더블베이스를 골랐어요. 더블베이스는 매우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악기예요. 그래서 학교 밖으로 악기를 갖고 나가면 안돼요. 깡패들이 많아서 위험하거든요. 이제 나는 열네 살이고 곧 고등학교에 들어가요. 나중에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돈이 없어서 좀 어렵다는 건 알지만 대학에도 갈 거예요. 내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아브레우 박사님이 도와줄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려고요. 엘 파라이소에 있는 시몬 볼리바르 음악원 입학시험도 보고 싶어요. 내가 해내는지 한번 두고 보세요!”(144쪽)

엘 시스테마의 시작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폭력과 범죄가 넘쳐나는 어느 허름한 차고에서 전과 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어린이가 악기를 손에 들었지요.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오전에 악기를 건네주었는데 오후에 아이들이 그것을 들고 무엇인가를 연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에게 음악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음악을 접한 아이들에게는 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음악은 이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지탱해준 힘이 되었습니다.

“콩쿠르에 참석한 백 명 이상의 음악가들은 대부분 일본, 중국, 유럽, 북미 출신이었고 최상급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꼽히는 연주자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렵다는 베를린 필의 더블베이스 섹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중이었다. 그 자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온 에딕손 루이스에게 돌아갔다. 루이스는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심지어 아직 열일곱 살도 안 돼서 독일 오케스트라의 규칙으로는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기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날 오후 베를린에서는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루이스의 엄청난 훈련, 피어나는 재능, 마법 같은 연주에 힘입어 그의 더블베이스에서 흘러나오는 천상의 소리였다. 그날 오후 카라카스에서 온 이 소년, 즉, 엘 시스테마의 전국 센터 가운데서도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센터에서 교육받은 그의 이름이 최종 우승자로 발표되었다. 에딕손 루이스는 1887년 베를린 필 설립 이래 최연소 단원이 되었다.”(220쪽)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의 목표는 놀라운 결과를 빚어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009, 2010년 시즌 최연소 상임 지휘자로 임명된 ‘구스타보 두다멜’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이자 엘 시스테마 출신의 별입니다. 일곱 살에 엘 시스테마 산하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베네수엘라 국립 어린이 오케스트라 제1바이올린 섹션의 멤버였습니다. 지휘에도 재능을 보이자 2004년 5월 독일 밤베르그에서 열린 제1회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 도전했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등에 뽑혔습니다.

“그들이 나를 우승자로 호명했을 때 나는 뭐가 뭔지 모르고 있었어요. 독일어로 말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껴안기 시작했고 그 순간 나는 혼잣말로 물었지요. “내가 우승했나?” 이 상을 받은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아브레우 박사를 위해서도 진정한 성취라고 생각합니다.”(217쪽)


■ 읽고 생각하기 ■

① 슈퍼스타K는 허각 씨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허 씨의 시점에서 1인칭으로 우승 소감을 작성해봅시다.

②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이 베네수엘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에도 이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책을 읽고 1000자 이내로 정리해보세요.

기자의 e메일로 위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보내준 독자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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