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보 완공되면 명소” 지자체 이름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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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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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낙동강 ‘강정보’ 임시이름 개명 건의
“지역 상징 디자인 썼으니 고령보로 해야”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에 걸쳐 있는 강정보 조감도. 보가 완성되면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명칭을 둘러싸고 지자체끼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에 걸쳐 있는 강정보 조감도. 보가 완성되면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명칭을 둘러싸고 지자체끼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령보로 바꾸는 게 마땅하다.” “나루터 전통을 잇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가운데 낙동강 구간에 설치되고 있는 보(洑·둑) 이름을 둘러싸고 경북 고령군과 대구 달성군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이 보의 이름을 달성군에 있는 마을 지명을 딴 ‘강정보’(낙동강 23공구)로 공식 표기해 간행물 등에 사용하고 있다.

고령군과 군의회는 최근 강정보를 ‘고령보’로 바꿔 표기해 줄 것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다. 보 명칭은 ‘임시’로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대로 굳어질 여지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정보는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는 35%가량 진행됐다.

고령군은 강정보가 대가야 도읍지였던 고령을 상징하는 가야금과 수레바퀴 토기 모양으로 디자인돼 고령보라는 이름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곽용환 군수는 “인근 달성보는 대구의 지명을 그대로 두더라도 강정보는 고령의 지명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고령 구간이 55km나 되는데 고령이라는 이름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달성보(22공구)는 대구 달성군 논공읍 하리와 고령군 개지면 인안리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달성보와 강정보를 ‘대구의 낙동강 보’라고 부른다.

‘강정’은 법정 마을 이름은 아니다. 다사읍 죽곡리의 옛 자연부락을 가리킨다. 다사읍사무소 관계자는 “강정보가 설치되는 곳은 30여 년 전 강정나루터가 있던 곳”이라며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취지를 보더라도 나루터 전통을 복원하는 뜻에서 강정보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보 이름을 둘러싸고 두 지역이 신경전을 벌이는 속뜻은 딴 데 있다. 보가 완성되면 새로운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강정보 주변에는 수변레저공원을 비롯해 나루터, 생태역사공원, 습지체험장, 물억새관찰원, 소수력 발전소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시공사인 대림산업 김종형 현장소장은 “계단으로 물이 떨어지면서 소리를 내는 가야금 모양의 물풍금도 만들 계획”이라며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강정보는 국토해양부의 평가에서 낙동강 구간 중 디자인이 가장 우수한 보로 선정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보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자칫 두 지자체 간 싸움으로 비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경북도 낙동강살리기사업단 관계자는 “강정보와 달성보가 대구 경북에 걸쳐 있으므로 한 곳은 경북 쪽 이름을 따는 게 좋겠다”고 하는 반면 대구시 낙동강살리기추진단 관계자는 “낙동강 구간의 보 8개 가운데 경북이 4개, 경남이 2개이므로 대구도 2개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보 공사가 끝날 무렵 관련 지자체와 협의해 보 명칭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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