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용사와 6용사 함께 기억합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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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맞아 한자리 모인 천안함-제2연평해전 유족들

6일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내 천안함 46용사 묘역.

초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서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 씨(56)는 몇 시간 동안 희생 장병들의 묘비를 돌아다니며 비석을 닦고 꽃에 물을 줬다. 마지막으로 아들 임 중사의 묘비 앞에 선 강 씨는 아들의 비석을 닦고 또 닦았다. 대전 동구 가양동에 사는 강 씨는 4월 29일 합동영결식 이후 한 달 반 동안 매일 이렇게 46인의 묘소를 홀로 돌봐왔다. 작업이 고될 듯하지만 강 씨는 “용사들 희생에 비하면 내 수고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은 하루 종일 분주했다. 오랜만에 많은 조문객이 찾은 전사자들의 묘소는 전사자들을 추억하는 갖가지 유품과 조화로 가득 찼다. 여전히 북받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유족들의 오열도 이어졌다.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67)는 충남 부여군 집에서 민 상사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왔다. 민 상사가 생전에 조립해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보관해뒀던 일본 로봇만화 건담의 프라모델로 윤 씨가 유품으로 전달받은 것이었다. 로봇 모델을 비석 앞에 둔 윤 씨는 “평기야 네가 없는 것도, 나 혼자 여기 있는 것도 미안하다”라며 “혼자서 심심할 텐데 네가 좋아했던 건담 가져왔으니 만져보라”며 눈물을 흘렸다.

하얀 제복을 차려입고 천안함 묘역을 찾은 6명의 제2연평해전 생존 장병들은 고 박경수 상사의 아버지 박종규 씨(62) 등 유족들과 만나 인사했다. 46명의 용사 묘비를 일일이 참배하고 조화를 바친 이들은 연평해전의 생존자이기도 했던 박 상사의 묘비 앞에서 “올해도 함께 왔어야 할 자네가 왜 여기 누워 있느냐”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2002년 해전 당시 부정장이었던 이희완 대위는 “매해 현충일을 맞아 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조문했는데 오늘은 천안함 묘역을 찾아 유족들과 같은 아픔을 나누고자 했다”고 말했다.

천안함의 생존 장병들도 잊지 않고 묘역을 찾았다.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14명의 현역 생존 장병들과 전준영 예비역 병장은 46인의 묘소 앞에서 경건하게 묵념하고 다시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생존 장병 일부는 천안함 묘역에서 멀지 않은 윤영하 소령의 묘비 등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의 묘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에 앞서 5일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계룡대 해군본부에서는 천안함 46용사 유족 144명과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족 15명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 있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주최로 열린 만찬에서 가족들은 “천안함과 연평해전 유족들이 함께 고통을 이겨나가면 좋겠고 이들을 같이 기억하고 기록을 남겨 희생을 더욱 뜻 깊게 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유대를 다졌다.

대전=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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