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젊은이들 가정 꾸려주는 게 저출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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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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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30여 쌍 결혼 이끈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김영길 사무처장

정부-자치단체가
저출산 해결하기엔 한계

가정의 소중함 깨닫도록
우리 선배들이 앞장서야


“저출산 문제를 걱정하기 전에 젊은층 사이에 가정을 꾸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김영길 사무처장(55·사진)은 27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캠페인보다는 주변을 늘 둘러보면서 청춘 남녀가 가정을 이루도록 관심을 두는 게 더 현실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30여 쌍이 가정을 이루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 이 부부들이 낳은 자녀가 70여 명. 그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데 구체적으로 기여한 셈이다. 직업적인 중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일하면서 알게 되는 남녀가 자연스레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진 결과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김영길 사무처장과의 인연으로 가정을 꾸린 가족들이 지난해 5월 가족캠프에 참여했다. 사진 제공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김영길 사무처장과의 인연으로 가정을 꾸린 가족들이 지난해 5월 가족캠프에 참여했다. 사진 제공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결혼과 가족에 대한 그의 생각은 좀 특이하다. 사랑은 무척 소중한 가치지만 사람이 없으면 사랑도 실천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이는 곧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국제적십자를 창설(1864년)하고 제1회 노벨평화상(1901년)을 받은 스위스 출신의 장 앙리 뒤낭(1828∼1910)의 ‘인류사랑’을 저출산 문제 극복에 활용하려는 노력을 그는 기울이고 있다. 그는 “1992년부터 청소년적십자(RCY)의 인명구조원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만난 남녀 대학생들을 보면서 가정이 삶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취업 등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히려 가정을 꾸려 이를 헤쳐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도 50여 차례 맞선을 본 ‘고통’ 끝에 33세에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그가 눈여겨보다가 맺어준 부부 가운데 이혼을 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그는 “결혼까지 이르는 것은 당사자들이 결정하겠지만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분위기를 맞춰주는 역할은 결혼을 먼저 한 선배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소개로 다음 달 1일 대구에서 결혼하는 한 쌍을 위해 그는 처음으로 주례를 맡는다. 주례로 나서 저출산 문제 개선에 대해 당부를 할 생각이다. 결혼은 당사자나 친지의 일일 뿐 아니라 이제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그야말로 ‘인륜대사’라는 것이다.

그가 혼인을 적십자 정신 같은 보편적 사랑에 바탕을 둬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이유는 이혼이나 자살 등으로 가정이 흔들리는 것을 막는 것이 아이를 낳아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자고 호소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소개로 결혼에 골인한 부부와 자녀들이 매년 모여서 ‘앙리 뒤낭 가족 캠프’를 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도 8월 중순경 전국에 흩어져 사는 100여 명이 모여 이 캠프를 열 예정이다. 김 처장은 “저출산 문제를 정부나 자치단체가 앞장 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주위에 혼자 사는 남녀들이 한 쌍이라도 더 가정을 이루도록 평소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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