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사람/‘50년 침술’ 변정환 대구한의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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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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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은 바늘이 아닌 仁의 교감 仁없는 사람도 사회도 아파”
대구한의대 개교 30년 맞아 한의학-한방산업 성장 주력

부속한방병원에서 침을 놓고 있는 대구한의대 변정환 총장. 그는 “한의학과 한방은 인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부속한방병원에서 침을 놓고 있는 대구한의대 변정환 총장. 그는 “한의학과 한방은 인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한의학과 한방은 ‘도덕’입니다. 사람을 ‘작은 우주’로 보기 때문이죠. 침을 놓을 때도 인(仁)한 마음이 함께 들어가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상동 대구한의대 부속한방병원. 능숙한 손놀림으로 환자들에게 침을 놓던 변정환 대구한의대 총장(77)은 “침은 단순한 바늘이 아니라 인의 교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6년 총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매주 목요일 오후에 진료를 한다. 동양의약대(현 경희대 한의과대)를 졸업하고 1959년 대구에 한의원을 연 뒤 지금까지 50년 동안 침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그가 침술을 계속하는 뜻은 더 깊은 데 있다.

“한의학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불인(不仁)’이라고 합니다. 인하지 못한 사람이나 사회는 아프다는 거지요. 개인이나 사회가 건강하려면 인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합니다. 침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것은 인이 잠시라도 몸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조부는 경북 청도군 이서면에서 당시 유명한 한의사이자 유학자였다. 조부의 영향을 받은 그는 뛰어난 한학 실력을 갖추고 있다. 동양철학에도 조예가 깊은 편이다. 58세 때 한국유교학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인을 ‘사람을 알려고 노력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의학과 한방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우여곡절 끝에 1969년 대구에 전국 처음으로 한방종합병원을 설립하고 당시 한의학이라면 중국식으로 ‘漢醫(한의)’라고 표현하던 것을 ‘韓醫(한의)’로 바꾸는 데 앞장서고 1981년에는 대구한의대를 설립한 것도 인을 위한 집요한 노력이었다.

그는 “‘인하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라 오랫동안 전해오는 동양의 정신이자 한의학적 표현”이라며 “한의학이나 한방이 표면적인 질병 치료에만 관심을 둬서는 안 되고 사회 전체가 인해지도록 큰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북 경산 본교 캠퍼스 건물 이름에 ‘인(仁)’ ‘의(義)’ ‘예(禮)’ ‘성(誠)’ 자를 넣고 몇 년 전부터 교내에서 만드는 한방화장품의 이름을 ‘자안(慈顔)’으로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방화장품이라면 피부만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자한 얼굴’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가짐이 곁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로 개교 30주년(9월 16일)을 맞는 대구한의대가 한방의 전통과 역량이 깊은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한의학과 한방산업을 이끌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변 총장은 “지금처럼 질병도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전체적, 입체적으로 몸에 접근하는 한의학과 한방의 가치가 주목받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런 장점이 국제적으로도 확산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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