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를 어찌할꼬…”

  • 입력 2009년 8월 15일 02시 56분


노동계, 명분에 밀려 반대 못해… ‘노총이탈 속출’ 속앓이
‘전임자 임금 금지’도 시행 앞두고 中企노조 타격 우려

올해 하반기에는 노동운동의 주요 쟁점이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 생존권 문제에서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로 뚜렷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양대 노동단체 체제인 현 노동계 지형을 뒤바꿀 수 있는 중대 사안. 그러나 일반 국민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노동계도 그동안 본격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다.

○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뜨거운 감자’

올 5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금속노조에 가입한 한국3M(조합원 660여 명)은 임금 및 단체협상 문제로 지난달 2일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 측은 상여금 인상 외에 노조전임자(5명) 임금지급 및 교섭위원(8명) 유급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전임자 3명, 교섭위원 5명을 제시했다. 노동부는 “3M 노조는 금속노조 신규가입 사업장으로서 전임자 임금 지급 및 노조활동 보장 문제는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파업수위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10일부터 두 차례 부분파업을 벌인 포항의 철제파이프제조업체인 진방스틸코리아도 마찬가지. 이 회사 노조는 조합원이 50여 명에 불과한데도 노조전임자 2명 임금지급, 교섭위원 5명 인정,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전임자 인정은 거부한 반면 교섭위원은 3명을 제안했다. 현재 파업 중인 부산·울산항 예인선 노조도 전임자 2명 임금지급과 노조 사무실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개별사업장의 이런 움직임은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한 정부 부수법안(교섭창구단일화 방법) 제출 시기가 다음 달로 임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부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 안이 나오는 대로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별도의 부수법안이 필요 없다.

○ 원칙은 찬성이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총은 두 제도 모두 워낙 명분이 뚜렷해 드러내놓고 반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매우 불편한 상태. 가뜩이나 노동계 일각에서 제3노총 건설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산하 사업장의 이탈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 투표에서 상급단체 탈퇴가 부결된 일부 사업장의 경우 내년부터 ‘한 기업 두 노조’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면 영세 중소사업장 노조의 경우 노조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양대 노총이 법에 의한 강제 대신 노사 자율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 한국노총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 설명 및 지역본부의 행동통일을 위해 장석춘 위원장이 19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전국 투어에 나서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중대 사안이지만 노동계만의 문제라 대중 투쟁을 벌이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시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개별 사업장 노조부터 서서히 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