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세계도시축전도 좋지만… 혈세낭비 어쩌나

  • 입력 2009년 6월 26일 07시 00분


16억 들인 조형물 7개월 만에 고장 ‘애물단지’로
멀쩡한 보도블록-가로등 교체도… 시민들 원성

“7개월 만에 고장이 난 조형물에 쓸 예산이 있으면 송도국제도시 내 도로공사나 빨리 끝내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네요.”

요즘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주민들 입에 심심찮게 오르고 있는 16억 원짜리 전광판의 예산낭비 사례 얘기다. 인천시내 곳곳에서는 이 같은 예산낭비의 현장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앞두고 손님들을 맞는다는 이유로 ‘쓰지 않아도 될 곳’에 예산을 쏟아 붓는 일들이 벌어져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 경제자유구역 상징 조형물 7개월 만에 고장

24일 송도국제도시로 진입하는 연수구 동춘동 송도1교 초입 부분. 16.7∼17m 높이의 철제탑 3개가 흉물스럽게 서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15억9200만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5일 공모를 통해 설치한 조형물이 7개월 만에 고장 나 예산 낭비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조형물은 2만5000개로 구성된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하지만 지난달 고장을 일으켜 10여 일 전 모두 공장에 들어가 수리와 정밀검사를 받고 있다. 3원색(빨강, 초록, 파랑)을 제대로 표시하지 못한 채 혼탁한 색을 띠면서 낮 시간대의 경우 전광판에 나오는 내용을 잘 볼 수 없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 것.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모듈을 가동시키는 회로와 통신서버, 운영프로그램 전반에 문제가 생겨 작동을 중단하고 하자보수공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최모 씨(43)는 “7개월 만에 고장을 일으켰다는 사실 자체가 부실시공을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시의회 김을태 의원과 박희경 의원은 “도로 한복판에 LED 화면을 띄워 전광판을 세우는 방식을 두고 처음부터 실효성에 우려가 있었다”면서 “16억 원이나 들인 전광판이 LED 화면 고장으로 가동 7개월 만에 전면보수에 들어간 점이나 미미한 홍보 효과도 논란거리”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 곳곳에서 벌어지는 예산낭비 현장

25일 연수구 동춘동 ‘인천 여성의 광장’ 앞 도로. 송도 방향으로 향하는 3차로 곳곳에 새로 교체할 보도블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대우3차 아파트에서 노인복지시설인 영락원까지 인도의 블록을 교체하기 위해 새 블록을 일주일 넘게 방치해 놓아 교통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 여성의 광장에서 교양강좌를 듣고 있는 주부 최모 씨(43)는 “기존의 블록이 부서지거나 침하된 곳도 없는데 멀쩡한 블록을 왜 교체하려고 도로까지 점령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수구 동춘동 한양아파트 앞 고가도로 밑에 있는 교통안전지대를 없애고 미니공원을 만드는 사업도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꼽힌다. 몇 개월 전 안전지대를 없애고 작은 분수대를 만들었지만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양아파트에 사는 허모 씨(48)는 “고가 밑에 분수대를 만들어 도시 미관을 살리겠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주민들의 호응이 없으면 실패한 사업이 아니냐”며 “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이곳에 왜 분수대를 설치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좀 더 나은 야간 경관을 위해 벌이고 있는 가로등 교체 사업도 문제다. 인천에서는 기존의 주황빛이 나는 나트륨 가로등 대신 흰빛이 나는 메탈등을 장착한 가로등 비율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메탈등이 나트륨등에 비해 2배 이상 비싸고 수명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명도 짧고 비싼 메탈등을 쓰는 바람에 가로등 관리 및 설치비용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예산 낭비의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감사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앞두고 시내 곳곳에서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사업에 예산을 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예산 낭비 사례를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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