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한국문화 전도사’ 된 韓-日 부부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15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사랑방’ 찻집에서 서울시 시민홍보대사 변규창 씨(가운데 왼쪽)와 부인 다나베 가오리 씨(가운데 오른쪽)가 싱가포르 관광객에게 차를 대접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변 씨 부부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15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사랑방’ 찻집에서 서울시 시민홍보대사 변규창 씨(가운데 왼쪽)와 부인 다나베 가오리 씨(가운데 오른쪽)가 싱가포르 관광객에게 차를 대접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변 씨 부부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찻집 ‘사랑방’ 운영 변규창 - 다나베 씨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전통찻집 ‘사랑방’. 온돌방까지 갖춰진 이곳은 오래된 가구와 고서(古書)가 배치돼 더욱 예스러운 정취를 풍겼다. 인사동에서는 흔한 전통찻집이지만 이곳이 색다른 것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조화롭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 집은 결혼한 지 10년 된 한국인 남편 변규창 씨(45)와 일본인 부인 다나베 가오리(田邊薰·37) 씨가 함께 운영한다. 둘은 2004년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창(窓)’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며 이 찻집의 문을 열었다.》

한복체험-맛집소개 등 민간 가이드역할 톡톡

일본인 즐겨 찾아… “韓-日 우애 가교 되고파”

○ 손님 열 중 여덟이 일본인 관광객

변 씨는 지난달 30일 서울시로부터 21명의 시민홍보대사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사랑방을 5년째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들과 폭넓은 교류를 쌓은 것이 밑거름이 됐다. 변 씨는 앞으로도 인터넷 블로그와 사랑방을 통해 서울의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직접 알리는 전도사로 나설 계획이다.

변 씨 부부는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찻집을 꾸며 소박한 멋을 외국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찻집을 찾는 외국인은 이곳에서 다양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갓을 쓰고 도포를 걸쳐보면서 양반의 멋을 느끼거나 한복을 입고 절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온돌방에 앉아 차를 음미하며 고서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한국 고유의 향이 코끝까지 전해진다.

변 씨 부부는 관광객들에게 서울을 직접 안내하기도 한다. 숨겨진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전공이다. 이곳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오노 신고(大野新覺·42) 씨는 “여행사에서 소개해준 음식점보다 변 씨가 소개해 준 인사동 칼국수 집이 훨씬 괜찮았다”며 “변 씨와 함께 서울을 다니다 보니 내가 마치 서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변 씨는 수북이 쌓아놓은 지하철 표 500여 장도 꺼냈다. “기차 여행을 하게 되면 꼭 기차표를 모으려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나눠 주려고 지하철역을 일일이 다니면서 모았습니다.” 일본 관광객들은 고가의 기념품보다 지하철 표 하나를 더 소중히 여기기도 한단다.

찻집 곳곳에는 일본 문화도 숨어 있다. 일본 전통차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일본 잡지와 만화책도 다채롭게 구비돼 있다. 방문객 중 80%가량은 일본인이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동시에 살아 숨쉬는 공간인 셈이다.

○ 한일 벽 허물기에도 앞장서

변 씨 부부는 다문화가정 정착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일 부부모임을 이끌며 아이들 성씨와 국적 문제, 한국 정착 방법 등을 같이 고민한다. 한국어 습득에 애를 먹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이곳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한국어를 배운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의 ‘가교’가 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식목일이었던 5일에는 한일 부부, 자녀 등 30여 명과 함께 광진구 아차산에서 나무를 심었다. 변 씨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한반도 곳곳에서 나무를 베어갔다는 얘기를 하자 다나베 씨가 고민 끝에 나무를 심자고 제안한 것. 이날 아차산 자락 한쪽은 변 씨 부부를 비롯한 한일 부부들이 심은 소나무 묘목으로 채워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유일한 한일 부부자원봉사자로 참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변 씨 부부는 “그저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이 미래에 늘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