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후원 해외봉사 지원자 2배 ‘껑충’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55분


구직활동 잠시 미루고 봉사활동하며 ‘절치부심’

기업서도 가산점… 경쟁률 164대1까지

KOICA 봉사단 재계약 신청 29% 늘어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2005년부터 2년간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한 A(28) 씨. 그는 고민 끝에 최근 KOICA 현지 관리요원에 지원했다. 오랜 외국생활에 지쳤지만 미대를 나온 A 씨는 한국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다. 반면 KOICA 해외봉사단은 현지 봉사를 마치면 960만 원의 정착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현지 관리요원 지원 시에는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

아프리카 현지 관리요원의 월급은 3000달러. A 씨는 “저렴한 현지 물가와 최근 환율 상승으로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불황에 따른 취업시장 한파로 A 씨처럼 ‘생계형’ 해외 자원봉사에 나서는 젊은이가 급증하고 있다. 봉사라는 사회적 명분과 취업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자리 없어’ 재계약 신청

동아일보 산업부가 KOICA로부터 단독 입수한 ‘해외봉사단원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봉사단 일반 봉사단원(2년 근무) 지원자는 3248명으로 2007년(3043명)에 비해 7%가량 늘었다. 이 중 재계약 신청자는 같은 기간 49명에서 63명으로 28.6% 증가했다.

KOICA 관계자는 “국내에 일자리가 줄면서 재계약을 신청하는 해외봉사단원이 늘고 있다”며 “이는 정착지원금과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데다 KOICA 본부 계약직이나 정규직 지원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OICA는 지난해 현지 관리요원을 2007년보다 5명 늘어난 24명을 뽑았다. 이 중 23명이 KOICA 해외봉사단원 출신이다. 관리요원은 KOICA 본부의 지시를 받아 봉사단원들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들에게는 월급 이외에도 국내 기본급(월 80만 원)과 휴가비, 항공료, 주거비, 퇴직금 등이 함께 지급된다.

○ 해외봉사로 ‘경력과 외국어’ 겨냥

취업 한파의 영향은 민간 구호단체들이 기업과 함께 기획하는 단기 해외봉사단 지원율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LS전선이 후원하는 단기봉사팀의 지원자는 2007년 2680명에서 지난해 6670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기업이 후원하지 않는 장기봉사팀 지원자는 같은 기간 151명에서 지난해 152명으로 1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윤보애 굿네이버스 간사는 “기업과 연계된 단기봉사팀의 경우 짧은 기간에 경력을 쌓을 수 있고 후원 기업에 입사지원을 할 때 가산점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는 현재 LS전선을 비롯해 SK텔레콤, KT&G, G마켓 등과 함께 기업 단기봉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LS전선 단기봉사팀을 통해 이달 캄보디아로 파견되는 B(23·여) 씨는 “팀 내에 LS전선 입사를 노린 공학도가 상당수”라며 “대학 새내기들이 취업을 위해 벌써부터 지원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 구호단체인 코피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피온의 기업 연계 해외 단기봉사 참여자는 2005년 387명에서 2007년 824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차윤탁(26·고려대 산업시스템 정보공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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