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논술고사 폐지에 맥빠진 ‘글쓰기 교육’

  • 입력 2008년 3월 18일 05시 47분


“논술고사가 폐지돼 글쓰기까지 소홀해지지 않을까 걱정이죠.”

대구의 한 고교 교사는 17일 “대입 논술고사 정책이 들쭉날쭉해 글쓰기에 대한 인식마저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상당수 수도권 대학이 정시논술을 없애기로 하자 대구와 경북지역 대학들도 내년 입시부터 논술고사를 폐지하기로 해 ‘글쓰기 무용론(無用論)’이 대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경북대는 5년 만에 논술고사를 부활해 지난해 치렀으나 내년부터 정시모집에는 없애기로 했다. 부활 당시 대학 측은“고교생의 글쓰기와 사고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가 이번에는 “수험생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처음 의학계열에 논술고사를 도입했던 영남대와 계명대도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논술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다른 대학들이 없애는데 우리만 유지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글쓰기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계에서는 논술이 글쓰기의 모든 것처럼 인식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대구시내 초중고교 학생에게 ‘삶 쓰기 100자 노트’를 한 권씩 나눠줬다. 하루에 100자 정도라도 자기의 생활 주변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는 취지다.

대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벌써 ‘논술시험이 없어지는데 이것도 쓸 필요가 있느냐’고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있다”며 “일주일 분량을 한꺼번에 쓰는 등 글쓰기 생활화의 뜻에 맞지 않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대학 입시를 목표로 글을 쓰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 대학 입학 후에도 보고서 등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취업과 직장생활을 위해서도 글쓰기는 피할 수 없다.

고위 공무원을 하다 ‘글’ 때문에 쫓겨나다시피 한 뒤 교사와 대학생, 직장인의 글쓰기 지도로 유명해진 임재춘(60) 국민대 초빙교수는 “논술을 글쓰기의 전형처럼 여기는 것은 정말 위험한 태도”라며 “논술시험이 있든 없든 글쓰기의 생활화는 미래를 위한 값진 투자”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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