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영 박사의 신나는 책읽기]책읽기 도중 아이의 궁금증

  • 입력 2008년 3월 18일 03시 02분


엄마의 재치있는 답변… 아이의 질문수준도 무럭무럭

“아이가 질문을 너무 해서 책 읽어주기가 힘들어요.”

“우리 아이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데 어쩌죠?”

“우리 아이는 질문을 너무 안 해요.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학부모 강연이 끝나고 질문 시간이 되면 언제나 나오는 엄마들의 단골 질문이다.

○ 내용을 묻는 질문은 금방 답변해주세요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이라면 당장 답변해주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 중에 그 의문이 아이 머릿 속을 계속 맴돈다면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동아줄이 뭐예요?”라고 물었는데 엄마가 대답을 안 해준다면 아이들은 계속 그 궁금증에 매달리게 된다. 또 아이가 “엄마, 호랑이는 왜 밀가루를 손에 발랐어요?”라고 물었는데 대답 없이 그냥 책만 읽는다면 아이는 곧 흥미를 잃게 된다. 아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질문은 즉시 답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아이와 이야기는 겉돌게 된다.

○ 내용 이해와 관계없는 질문은 나중에

내용 이해와 관련 없는 질문들도 있다. 이럴 때는 “참 좋은 질문이구나. 그런데 우리 책 다 읽고 이야기해 보자”고 말하자.

엄마가 일일이 대답하다 보면 책읽기는 김이 빠지고 이야기가 재미없어진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읽어주고 있는데 아이가 “엄마, 임금님은 왕비님이 있어요?”하고 묻는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책에는 왕비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질문한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 끝까지 읽어보자. 왕비님이 계신지, 안 계신지 알 수 있을 거야”라고 대답하는 것이 좋다.

“잘 모르겠는데”라며 무성의하게 답변하면 아이는 또 다른 질문을 한다. 이렇게 되면 책 읽어주는 엄마나 듣는 아이 모두 리듬이 끊겨 지루해진다.

책과 관련이 없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책에 집중하고 있지 않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이들은 이럴 때 대개 남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엉뚱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깬다. 이런 버릇을 고쳐주지 않으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서도 같은 행동으로 친구들로부터 빈축을 사게 된다.

○ 엄마,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엄마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라며 반짝반짝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이럴 때에는 “더 읽어보자. 그러면 알게 될 거야”라고 답하는 것이 현명하다. 미리 답을 해주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어지니까. 그러면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궁금증을 가지고 끝까지 잘 듣게 된다. 엄마가 더 적극적으로 답변할 수도 있다.

“글쎄, 어떻게 될 것 같으니?”

이 물음에 아이는 추측을 하며 자기 나름대로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엄마는 다시 “그래? 어디 얼마나 잘 맞추는지 보자”며 읽어주기를 계속한다.

○ 엄마, 누가 좋은 사람이에요?

간혹 판단이 필요한 질문도 있다. “엄마 누가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묻는 경우다. 참을 수 없이 궁금해 꺼낸 질문이지만 답변해줄 필요는 없다. 엄마가 친절하게 답을 해준다면 아이의 사고력 훈련은 수포로 돌아간다.

“글쎄, 누가 좋은 사람인지 더 들어보렴. 지금은 엄마도 알 수가 없구나.”

이 정도의 답변이 좋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할 때에 엄마의 독서지도가 필요하다.

세상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그렇게 쉽게 나누어지는 곳은 아니다. 만약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마다 이런 식으로 편을 가른다면 문학의 재미는 사라진다. 좋은 사람은 왜 그렇고 나쁜 사람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같은 조언 없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아이들은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

○ 질문이 없는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가장 걱정스러운 유형은 질문이 없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도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질문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소심한 아이들이고, 또 다른 아이들은 책에 흥미가 아예 없는 경우다.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엄마의 책임이 크다. 더 어렸을 때 엄마가 적당한 질문을 하지 않았거나 질문했을 때 불친절한 답을 주었거나 잘못한다고 질책했을 가능성이 크다.

책에 궁금증이 없다는 것은 책이 수준에 맞지 않거나 내용에 흥미를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나 책읽기가 효과를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에 아이에게 궁금증이 없다고 생각되면 엄마가 질문을 유도해야 한다. 줄거리를 묻는 질문보다는 답이 없는 질문, 생각을 해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좋다.

:현명한 질문을 유도해주는 책들:

ㆍ 옛이야기 명판결

ㆍ 탈무드

ㆍ 미덕의 책

ㆍ 짧은 얘기 깊은 지혜

ㆍ 이솝우화

ㆍ 라퐁텐 우화집

ㆍ 톨스토이 동화집

ㆍ 알퐁스 도데 동화집

ㆍ 어린이 논어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mynam@kredl.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