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화재 원인은 전원코드 과열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21분


‘복지부동’의 뒤끝 화재 감식반원들이 21일 발생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화재 원인을 전원코드 손상으로 28일 발표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복지부동’의 뒤끝 화재 감식반원들이 21일 발생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화재 원인을 전원코드 손상으로 28일 발표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작년 안전한 무선 콘센트로 교체 추진

공무원들 “내 일 아니다” 미루다 무산

옛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가 정부중앙청사 화재 발생 6개월 전 화재 위험이 없는 무선 콘센트를 설치하려 했으나 공무원들이 서로 일을 미루다가 무산된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21일 정부중앙청사의 화재는 퇴근 후에도 전원을 끄지 않은 사무실 내 컴퓨터 모니터 전원 코드가 과열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 콘센트는 직원들이 퇴근할 때 호텔의 카드 키처럼 리모컨을 꽂아 놓으면 코드가 입력돼 있는 전자기기의 전원이 차단되도록 한 제품이다. 2006년 특허 출원됐다. 이 때문에 무선 콘센트가 제대로 도입됐다면 이번 화재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자부는 지난해 8월 일반 콘센트 3000여 개를 무선 콘센트로 교체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장관 정책보좌관과 청사관리소장 등의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에 앞서 청사관리소 시설운영과 직원 3명이 2006년 무선 콘센트를 도입한 인천시청 등을 직접 방문해 점검까지 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 단계에서 예산을 책정해 교체 작업을 추진할 담당자를 찾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행자부 예산을 담당하는 재정기획관실이 “에너지 관리 업무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것이다.

2005년 3월 행자부가 팀제로 개편하면서 에너지 관리 업무가 형식적으로 재정기획관실 소속 ‘국회계 6급 직원’에게 할당되기는 했지만 그쪽도 “업무 책임이 없다”고 버텼다. 국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회계는 에너지 관리에 관한 자료 조사나 보고서 작성을 하는 곳이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직접 추진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이 사업을 추진한 업체 대표는 “한 달 후 행자부 관계자가 ‘담당할 직원이 없어 교체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무선 콘센트 교체 비용은 상당히 저렴하다. 별도의 설치 공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중앙청사 전체를 무선 콘센트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콘센트 비용 1억5000만 원이 전부다.

또 무선 콘센트로 교체할 경우 해당 관공서는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교체 비용의 70%를 지원받는다. 결국 공단 측 지원액 1억500만 원을 제외하면 행자부가 무선 콘센트 교체 사업에 투입할 예산은 고작 4500만 원 선에 불과한 셈이다.

업체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내 돈도 아닌데 전기 아끼는 제품으로 교체해 봤자 뭐하느냐’ ‘괜히 일을 만들면 귀찮기만 하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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