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토론해 봅시다]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보장할 것인가

  • 입력 2008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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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 강화에 도움 vs 교육의 공공성 원칙 훼손

○ 배경

새로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크고 민감한 변화의 진통을 겪고 있는 곳이 교육 분야이다. 교육부의 위상과 권한에 대한 점검에서부터 대학입시제도의 개선에 관한 폭넓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학입시 업무를 교육부로부터 대학들 간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이양한다는 구상이 언론에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지난 참여정부는 교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일정 부분 제한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이 성적에 의해 수직 서열화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수능 등급제를 실시했으며, 통합논술 고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하여 일정한 구속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상반된 평가를 낳았다. 대학의 자율성을 해치고 결국은 한국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 한편,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해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여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를 푸는 데 어떠한 긍정적인 역할 혹은 우려로 작용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 찬성 논거

대학의 존재 이유는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에 있다. 과거의 획일화된 방식으로는 세계화의 파고를 넘어설 수 없다. 정부의 관리 일변도 정책은 인적자원의 고도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경쟁력 확보에 장애물이 된다. 중앙에서 통제하는 방식은 공교육의 획일화를 가져오고 결국은 교육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이 고등학교 간의 차별을 불러올 수 있지만, 이는 지역 할당제 등을 통해 조절될 수 있다. 정부가 선한 의지를 갖고 교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실제 시장에서 우호적인 반응을 얻었는지를 따져볼 일이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면서 수능 등급제와 내신 강화를 들고 나왔지만, 결국 수능은 불구화되었고 내신은 무력화되었으며, 논술시험이 강화됨으로써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란 말까지 생겨난 현상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 반대 논거

대학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전 국민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학생을 대학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손쉽게 선발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게 된다. 대학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공공적 위상을 아직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대학이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갖게 되면,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등 교육의 공공성을 유지해왔던 최소한의 장치들이 훼손될 수 있다. 특권층을 위한 교육과 사교육의 득세로 이어져 총체적인 공교육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입시 위주 교육과 대학의 서열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 핵심 찌르기

정부 당국은 교육의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을 만하다. 국민이 지나친 사교육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한편, 입시 위주의 파행적인 교육 풍토나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 구조, 더 나아가 학벌 위주 사회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틀 안에서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과 정부의 간섭권이 논의되어야 한다.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시행되었던 정부 정책들이 실효성을 거두었는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가 내신 강화를 들고 나왔지만 고교 간 격차가 상존하는 현실에서 내신점수가 오히려 입시전형에서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다.

교육 문제는 국가 경쟁력의 문제이면서도 기회 균등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교육의 수월성이란 측면과 저소득층 자녀에 대해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 이 두 개의 틀에서 풀어야 한다.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기회도 열려 있는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

○ 논술 쓰기

논술은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이란 주제는 학생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와 직관된다. 사회의 전체적인 구조 문제를 도외시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경험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가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자유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으로 알려진 롤스의 정의론을 이론적인 배경으로 삼을 수도 있다. 교육의 긍정적 외부효과론, 기능론과 갈등론의 관점에서 교육의 성격에 관한 논의를 전개해볼 수도 있다.

○ 관련 문제

비유적으로 제시된 현실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경쟁의 양상을 통해 경쟁의 성격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에 대해서 논술하시오.

[서울대 2006학년도 정시]

권윤호 경기 용인 풍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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