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여수 어민들 “기름유출 안타까워” 태안 걱정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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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지역 어민들은 충남 태안의 기름 유출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전북도와 전남도는 기름띠가 남쪽으로 흘러들어 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방제장비를 점검하고 예찰을 강화하는 한편 충남도에 인력과 장비를 지원키로 했다.》

▽안타까워하는 시프린스호 피해 주민들=1995년 7월 23일 유조선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전남 여수시 남면 연도 주민들은 “태안 앞바다 피해가 그때보다 더 큰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마을 신정태(60) 이장은 “당시 마을 앞 공동어장 160ha가 기름 범벅이 돼 3년 넘게 해조류와 조개류를 채취하지 못했다”며 “바다 속 바위에 붙은 기름때를 벗겨내는 데만 6년이 걸릴 정도로 대재앙이었다”고 회고했다.

신 이장은 “태안 해안으로 밀려든 기름을 삽으로 퍼 올리는 것을 보고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며 “당장이라도 달려가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12년 전 마을에서 불과 400m 떨어진 곳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난 이 지역은 지금까지도 피해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연도 앞바다에 좌초된 시프린스호에서는 5035t의 기름이 유출돼 204km의 해상과 73km의 해안이 오염됐다.

지난해 6월 지역 환경단체가 연도 덕보마을 앞 해안을 굴착기로 파 보니 층을 이루고 있는 엷은 기름띠가 발견됐다.

연도 앞바다에서는 사고 이전에는 미역, 톳, 전복, 해삼, 홍합 등 자연산 해조류와 어패류가 많이 채취됐으나 지금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임정열(75) 어촌계장은 “자연산 홍합과 해삼의 색깔이 변하고 크기도 작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당시 방제작업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유처리제가 바다에 뿌려져 2차 바다 오염 논란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띠 확산에 긴장=전북도는 유조선 유출 기름이 전북 해안으로 흘러들어 올 가능성에 대비해 군산과 부안지역 관련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가고 사고 지역에 방제정과 오일펜스, 인력을 보냈다.

전북도는 사고 발생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전북의 섬인 어청도와 연도까지 80∼90km가량 떨어져 기름이 유입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도는 어업지도선 4척을 충남도와의 경계 해역에 보내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태풍 등 천재지변에 대비해 오일펜스와 흡착포, 유처리제 등 방제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10일 개야도 연도 등 군산 인근 섬 지역을 헬기로 방문해 기름 피해 방지에 철저히 대비하도록 주문했다.

전남도와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등은 유출된 원유의 기름띠가 조류에 따라 영광 신안 등 전남 해역까지 밀려들 것에 대비해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관계 기관들은 전남 해역으로 기름이 확산될 경우 신속한 방제를 하기 위해 3000t급과 1500t급 방제선 2척을 비상 대기시켰다.

또 영광 신안 목포 등 서해안 지역 어민들에게 조업 시 해상 기름띠 출현 징후 등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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