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원철]국민생존 차원서 재난대책 세워라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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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기름 유출이라는 국가적 재난재해와 맞닥뜨린 충남 태안 지역 피해 주민께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또 재난재해 전문가로서 이를 막지 못하고 추운 계절에 현장에 함께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정박 중이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운항하던 대형 해상크레인 운반선의 충돌로온통 기름투성이가 된 아름다운 해안선, 기름덩어리로 범벅이 된 바다 속 생명의 터전, 삶의 터전은 물론 생명마저 통째로 앗아가는 검은 기름띠를 어떻게 할 것인가? 1995년 7월 전남 여천군에서 생긴 시프린스호 사건을 포함해 1993년 이래로 우리 해역에서 발생했던 14건의 기름 유출 사건과 엑손 발데스호(1989년 3월 미국 알래스카) 사고를 통해서 얻은 점이 무엇인가? 무엇을 개선하고 대비했는가? 그렇게도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다짐했던 시프린스호 사건의 교훈은 어디에서 좌초했는가?

재난재해 대비는 장비만 갖춘다고 되지는 않는다. 일어나서는 안 될 극미한 확률의 사고에 대비한 준비(예산)를 모두 낭비로 생각하는 공공예산관리 개념으로는 당연한 귀결이다. 너무나 역동적인 사회를 살다 보니 잊어버린 점이 매우 많다. 단피(單皮) 유조선이 연안을 운행할 때 관리기관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또 평온하지 않은 해역에서 대형 크레인 운반선이 지그재그로 운항한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사고 직전 30여 분의 긴박했던(?) 시간에 해양관제 당국은 무엇을 했는가?

우리는 일어날 수 있는 재난재해 상황이 무엇인지 상당 부분 인식할 수 있다. 재난재해를 당한 사회의 취약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면 구체적인 위험요소가 보인다. 위험요소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그래도 발생하는 재난재해와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응급복구와 예방복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부서는 설치돼 있다. 그러나 총괄적 관리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제도와 기관이 너무 약하다. 국민복지와 국가안보 차원에서 재해재난을 예방, 최소화, 경감 또는 완화할 방재정책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방재안전관리는 국가통치 차원의 문제이고 국민의 생존 문제이다.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되겠다고 하는 인사부터 재난재해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물리적 안전과 시설의 편리성에 기반을 둔 복지개념을 재난재해 관련 분야에 확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다시 보자. 얕은 바다에, 더욱이 초겨울 강풍이 부는 해역에서 단피 유조선이 정박해 있고 거대한 해상크레인 운반선이 인근을 운항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조건에서 운항안전 수칙은 아예 없었던 것 같다. 오일펜스도 너무 작고 연약하다.

유화제도 마구잡이로 뿌려서 겉만 정리하면 그만인가. 가라앉은 기름덩어리는 어떻게 하나. 분산제를 사용해서 희미하게 보이게 한다고 덮이는 문제가 아니다. 고온고압의 살수방식도 연안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므로 사용을 되도록 지양해야 한다. 떠 있는 기름을 흡입해서 수거하는 스키머(skimmer)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장비체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장비와 인력, 상시훈련에 미리 예산을 투입함으로써 실제 재난재해 발생 시 줄일 수 있는 피해액을 수익으로 생각하는 경제적 개념의 재난재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삶의 터전을 상실하거나 크게 손상을 입은 태안 주민의 삶을 복원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신속한 정부 지원을 기대한다.

조원철 연세대 교수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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