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에 대한 오해와 편견③

  • 입력 2007년 10월 15일 03시 01분


코멘트
논증의 핵심은 제시문 이해인데 한두 번 읽는다고?

논술은 논증을 하는 글인데요. 논증의 핵심은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제시문을 몇 번이나 읽나요? 논술 제시문은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과 유사한 점이 많지요. 여러분은 언어영역 지문을 몇 번이나 읽나요? 대부분 한 번 읽습니다. 좀 어려운 지문은 두 번 정도 읽지요.

그런 습관 때문일까요? 학생들은 논술 제시문을 잘 안 읽더군요. 한두 번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만 읽고도 이해가 되는 논술 제시문은 결코 없습니다.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것은 네댓 번, 어떤 것은 대여섯 번 정도 읽어야 합니다. 좀 이상하지요? 언어영역과 논술 지문의 성격이 유사한데, 왜 언어영역은 한두 번만 읽어도 되고, 논술은 그보다 두세 배 더 많이 읽어야 하는 걸까요?

그 차이 중 하나는 선택지에 있습니다. 언어영역 지문에는 선택지가 있지요.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겁니다. 즉 내가 지문을 정확히 못 읽더라도 선택지로 주어진 것을 보면, 그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는 있습니다. 논술에는 선택지가 없지요. 그래서 내가 정확하게 읽지 못하면 제시문을 이해할 방법이 없습니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언어영역 지문은 한두 번만 읽어도 충분하지만, 논술 제시문은 그렇지 않은 겁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똑같은 글을 그렇게 반복해서 읽느냐고요. 생각만 해도 지겨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내가 분명히 정독해서 읽었는데, 다음에 읽으니까 처음 보는 내용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한 번 더 읽으면 이번에도 역시 이전에는 안 보였던 새로운 내용이 다시 발견됩니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중요한 내용인 경우도 많지요.

요컨대, 우리는 똑같은 글을 읽지만 읽을 때마다 제시문이 새롭게 이해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내용들이 눈에 모두 들어오고, 제시문을 쓴 필자의 의도가 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반복 읽기가 더는 지겹지 않습니다. 만약 지겹다면 중요한 내용과 덜 중요한 내용이 구별되지 않고, 처음 읽은 그 내용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입니다. 즉 반복 읽기 자체가 지겨운 것이 아니라 한번씩 더 읽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이 자꾸 눈에 들어와야 되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니까 지겨운 것입니다.

논술은 제시문에 근거해서 쓰는 겁니다. 다시 말해 논술은 ‘쓰기’이지만 또한 ‘읽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쓰기’가 되려면 먼저 ‘읽기’가 되어야 합니다. 논술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제시문을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언어영역 지문을 읽듯이 한두 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합니다.

윤형민 스카이에듀 논술원 부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