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목적잃은 수학여행 ‘퇴폐사고’ 불러

  • 입력 2007년 9월 14일 0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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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연장이어야 할 수학여행에서 퇴폐를 배운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일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분노와 허탈감에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일부 고교생이 중국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귀를 의심했다. 어쩌면 부모인 나의 잘못인 것 같아 먼저 반성해 본다.

그동안 늘어나는 해외 수학여행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봐 온 필자는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우려하던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천지역 고교생들의 수학여행이 제주도에서 중국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어 수학여행의 목적을 상실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많은 학교가 제주도로 가나 중국으로 가나 비용 차가 크지 않다며 중국을 선택한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점점 여행의 취지가 왜곡되어 가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학여행이라기보다는 일반 패키지여행 수준에 가까운 관광 일정에다 이리저리 상점으로 끌고 다니는 데 더 열성이다. 저녁식사 후 싸구려 호텔에 아이들을 들여보내면 그것으로 임무 끝이다. 이후부터는 학생 교사 모두에게 자유 시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 몰라라 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학생들의 성매매는 어쩌면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3박 4일 일정의 인천 A중학교 중국 학생간부수련회의 예를 보면 여행 비수기인데도 1인당 58만 원이나 지불했다. 간부수련회인데도 교육용 프로그램이 전혀 없고 오로지 여행사의 관광 스케줄로만 채워졌다. 학생 간부가 아니더라도 희망하는 학생을 모두 데려갔다. 학교가 학생을 모집해 주는 영업사원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수학여행의 본래 목적은 학교 교실을 벗어나 다양한 체험과 견문을 넓히는 또 하나의 교육이다. 수학여행의 교육적 목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하고 여행 후 교육적 성과도 평가해 봐야 한다. 그 평가에 따른 피드백을 통해 좀 더 나은 교육적 수학여행을 만들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 수학여행일수록 더 교육적인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 수학여행이 낭비와 퇴폐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 sommers202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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