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언론 대못질’]제1부⑩ 해외 정권-언론 긴장관계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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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새 단장한 백악관 기자실 개소식 참석 미국 백악관은 정책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낡고 비좁은 기자실을 37년 만에 개보수했다. 7월 11일 새 단장을 마친 기자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때로 여러분들은 내가 내린 결정을 좋아하지 않고 나는 여러분이 내 결정에 대해 쓴 기사를 좋아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과정 중의 일부다”라고 했다. 오른쪽에 로라 부시 여사의 모습도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부시, 새 단장한 백악관 기자실 개소식 참석 미국 백악관은 정책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낡고 비좁은 기자실을 37년 만에 개보수했다. 7월 11일 새 단장을 마친 기자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때로 여러분들은 내가 내린 결정을 좋아하지 않고 나는 여러분이 내 결정에 대해 쓴 기사를 좋아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과정 중의 일부다”라고 했다. 오른쪽에 로라 부시 여사의 모습도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통령 조롱하는 美 신문 만평 지난해 11월 12일자 워싱턴포스트 만평. 중간선거 패배 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볼기를 맞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권력 비판과 풍자는 때로 지나칠 정도지만 미국 정부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진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통령 조롱하는 美 신문 만평 지난해 11월 12일자 워싱턴포스트 만평. 중간선거 패배 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볼기를 맞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권력 비판과 풍자는 때로 지나칠 정도지만 미국 정부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진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민주주의를 일찍부터 정착시킨 선진국에서도 권력과 언론 간에는 ‘숙명의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는 각 나라와 지도자에 따라 다르다. 지도자가 언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현직에 있을 때나 물러난 후 평가가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선진국에선 ‘언론에 대못질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사례는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아직 강권 정치의 잔영이 남아 있는 러시아에서나 후진적인 언론 탄압 사례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

▽미국, ‘미워도’ 권위지 존중=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름 앞둔 2004년 10월 17일 뉴욕타임스는 대형 사설을 통해 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어서는 안 되는가를 썼다. ‘존 케리를 대통령으로’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첫 단락부터 “존 케리(민주당 후보)는 위대한 행정수반이 될 자질을 갖췄고, 이 시점에서 현직 대통령 갈아 치우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노골적 지지를 표명했다.

미 신문은 중요 선거를 앞두고 지지 후보를 공개하는 관행이 있다. 하지만 시종 현직 대통령의 ‘무능’과 ‘부정직’을 꼬집은 이 사설을 보는 백악관의 심기가 불편했음은 짐작이 간다.

6명의 고정 필진이 주 1, 2회 쓰는 칼럼에서 이 신문의 반(反)부시 색채는 절정을 이룬다.

여성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 씨는 부시 대통령을 ‘W’라는 알파벳 하나로만 지칭한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그저 ‘러미(Rummie)’일 뿐이다. 동료 칼럼니스트 프랭크 리치 씨는 칼럼과 저서를 통해 “(부시에게) 정신적 결함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표현도 주저 없이 써 댄다.

이 신문만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 만평 화백이 그린 부시 대통령의 초상은 차라리 ‘동물원 원숭이’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두 신문의 비판과 견제는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엔 눈엣가시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신문 기자들의 취재활동이 어떤 제약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두 신문의 비판이 유독 매서운 외교안보 분야에서 큰 특종은 ‘두 신문의 몫’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올 5월 말 워싱턴 시내 국무부 기자실에서 만난 미 최대 방송사의 한 출입기자는 “우린 (국무부에서) 특종을 못한다. 그건 두 신문사가 한다. 하루하루의 뉴스의 흐름은 두 매체의 보도와 함께 진행된다”고 말한다.

지난해 초 취임한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도 취임 후 첫 인터뷰는 뉴욕타임스와 했다. 월가에 영향력이 크고 보수적인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폭스뉴스가 부시의 백악관에 우호적이지만 백악관으로선 언론에 대해 ‘편협하거나, 편 가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본사 논설실을 찾아와 현안을 설명한 대로”라는 표현이 가끔 등장한다. 역시 핵심은 자유로운 소통의 노력이었다.

물론 ‘네오콘’의 대부 딕 체니 부통령처럼 폭스뉴스, 워싱턴타임스 등 친부시 성향의 언론 매체를 눈에 띄게 선호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체니 부통령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기는 관심 없다. 할 일을 하겠다”는 일방통행식 사고를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그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최악의 수준인 것은 언론과의 소통을 무시하는 그의 행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상호 존중 속 긴장’=일본 아사히신문의 주필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요 7개국(G7) 회의와 같은 국제행사 전날이면 항상 총리실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역대 일본 총리들이 정권에는 비판적일지언정 국제관계에 해박한 이 중견 언론인에게서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취할 자세에 대해 조언을 청하곤 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정치와 언론의 관계는 상호 존중 속에서의 긴장관계가 기본이었다. 하지만 정치인이 언론을 건드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에는 언론을 담당하는 부처도 없을뿐더러 언론계도 ‘일본신문협회’를 중심으로 대(對)권력관계에서는 똘똘 뭉쳐 대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드물게 취임 후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총리가 되기 훨씬 전부터 특히 일본 최고 권위의 아사히신문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운 인물이다. 아베 총리만큼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통제하려 한 정치인도 드물다는 게 예전부터 언론계와 정계 안팎의 지적이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2005년 초 ‘자민당 실력자가 2001년 NHK에 군위안부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축소 압력을 가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와 관련한 논란. 기사는 이 자민당 실력자로 아베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당시 경제산업상을 지목했다. 이들은 ‘날조’라며 반발했다.

그해 8월 자민당은 아사히신문이 취재한 당 관련 자료가 외부에 유출됐다는 것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제외한 당 임원에 대한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2003년 9월 자민당 간사장으로 취임한 뒤부터 언론에 대해 강경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2004년 7월 참의원선거에서는 TBS, TV아사히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각 언론사에 “정치적 공평, 공정을 강하게 의심받은 방송이 있었다”는 문서를 200∼300건이나 발송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갔다. 선거에서 자민당은 패배했고 아베 총리는 간사장 대리로 강등됐다. 총리가 된 지금도 아베는 최저의 지지율에 허덕이며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독일 ‘인터뷰 사절’에도 호된 비판 쏟아져=선진적 저널리즘 관행이 정착된 서부 유럽에서도 정치인과 언론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몰락은 언론과 사이가 틀어진 데서 시작됐다. 슈뢰더 전 총리는 1998년부터 7년 동안 총리를 지내면서 ‘정부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종종 특정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거부했고 해외 순방 시 수행단에서 제외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그는 당시 사회당 연방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빌트지의 인터뷰 요청을 연거푸 거부했다.

2004년 주간 슈피겔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슈뢰더 총리가 계속해서 빌트의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독일인 2명 중 1명은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62%는 총리의 외국 순방에 특정 언론사 기자가 동승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총리답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슈뢰더 총리가 퇴임 후인 2006년 10월 회고록 ‘나의 정치인생-결정’을 출판했을 때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그의 됨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는 빌트와 슈피겔에 회고록 초안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각각 주어 특종을 하게 했던 것. 380만 부의 빌트와 권위 있는 슈피겔이 함께 ‘선전’을 해 그의 회고록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란 것으로 해석됐다.

물론 슈뢰더 총리처럼 특정 언론에 대한 호불호를 나타내거나 언론을 이용하려는 의욕이 앞섰던 정치인조차도 정부 부처의 언론 접촉 자체를 차단하는 조치나 일방적 취재 제한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러시아, 푸틴 정권서 언론자유 후퇴=러시아를 비롯해 자유언론 경험이 일천한 구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언론에 대한 정부의 조직적인 간섭과 탄압이 자행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는 비판 언론에 대한 압력이라는 후진적인 행태로 국제사회의 눈총을 사고 있다.

발행부수 10만 부 이상의 신문 가운데 ‘마지막 중립 언론’으로 남아 있던 코메르산트는 지난해 8월 마침내 경영진이 바뀌고 말았다.

코메르산트의 지분 100%는 러시아 금속산업 재벌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메탈로인베스트사 사장에게 넘어갔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력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도 크렘린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 때문에 편집국장이 수차례 바뀌었다.

비판 언론 또는 중립 언론의 ‘거세’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서방 국가로부터 “보리스 옐친 정부에서 누렸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말을 듣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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