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용인 용동중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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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몰려드는 평화로운 학교’의 시작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인사에서부터 시작된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동중 학생들은 입학하면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하는 예절부터 몸에 익힌다. 용인=남경현 기자
‘학생들이 몰려드는 평화로운 학교’의 시작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인사에서부터 시작된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동중 학생들은 입학하면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하는 예절부터 몸에 익힌다. 용인=남경현 기자
《13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용동중학교 과학영재교실. 양파 뿌리의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아이들이 교사에게 투정을 부렸다. “선생님, 보이긴 뭐가 보여요? 책에서 보던 DNA는 찾아볼 수가 없잖아요.” “어이쿠, 이놈들, 염색체 관찰하라고 했지. DNA는 전자현미경으로 봐야 하잖아.” 남경필(41) 과학부장의 타박이 이어졌고, 교실에는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영재교실 참여자는 대부분 과학고나 외국어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었지만 수업 분위기에서 입시에 대한 긴장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남 교사는 “학생과 교사 간에 벽이 없다 보니 진지한 수업시간에도 자주 웃음꽃이 핀다”고 말했다.

○ 마을 어르신 모셔와 예절교육

용동중은 면 단위에 있는 농촌 학교다. 용인시의 인구는 80만 명에 육박하지만, 인구가 폭증하는 신도시는 수지와 기흥에 몰려 있고 용동중이 있는 처인구는 아직도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35년 된 낡은 교사(校舍)와 나무 울타리, 잔디가 깔려 있는 운동장은 여느 시골학교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용동중 학생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친다. 무엇보다 예절 바르다. 학교 측은 인성교육을 중시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수업시간에 교사와 학생 간의 인사가 다른 학교에선 “차렷, 경례”로 끝나지만, 이곳에선 중간에 ‘공수(拱手)’라는 구령이 하나 더 있다. 양손을 배꼽 앞에 모아 쥐고 공손히 인사하며 선생님에 대한 예를 표하는 것. 학생회장인 3학년 김승균(16) 군은 “처음 입학했을 때는 어색했지만 이젠 언제 어디서 선생님을 만나도 꼬박꼬박 손을 모아 인사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년 인근 양지향교의 어르신들을 모셔다 한복 입는 법과 절하는 방법 등 전통 예절교육도 받는다. 학교 측이 ‘아이들을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으로 키우자’며 도입한 것이 무감독 시험이다. 2005년 1학년 시범실시를 거쳐 지난해부터는 전교생으로 확대했다. 매 교시 시험이 끝날 때 설문조사를 해 보지만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일은 지금까지 생기지 않았다.

과학영재반을 담당하는 과학 수학 교사는 모두 10명. 부장교사를 제외하면 모두 20, 30대의 젊은 교사지만 영재교육 직무연수를 마쳤고, 매일 밤은 물론 주말까지 학생들을 지도한다.

2학년 때 서울 송파구에서 전학 온 3학년 김정하(16) 군은 “서울에서는 매일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녔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았는데 이곳에 와서는 평균 10점이 올랐다”며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써 주셔서 좋다”고 말했다.

“모든 교사는 공개채용을 하는데 특히 가치관, 품성 등을 중요시합니다.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교사 지원자의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최종 결정을 하죠.”(김상영 교감)

○ 학생들 몰려들어 고민

용동중은 분위기만 좋은 학교가 아니다. 신도시 학교 등을 제치고 2002년 경기도내 430여 개 중학교에서 처음으로 과학영재학급 시범학교로 지정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올해 졸업생들 중 21명이 용인외국어고를 포함해 경기지역의 4개 외고와 예술고 등 특수목적고에 진학했다. 2학년 김한나(15) 양 등 7명은 다음 달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열리는 세계학생창의력 올림피아드 과학부문 한국 대표로 선발됐다.

20여 개의 동아리 활약상도 화려하다. 30년 전통의 무용반은 각종 전국대회에서 단체상을 휩쓸었고, 레슬링부는 매트도 없는 컨테이너 바닥에서 연습해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이뤄 냈다. 모두 공교육의 힘만으로 거둔 성과다.

이런 성과 때문에 학생들이 줄어드는 다른 농촌학교와 달리 용동중의 학생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전교생 970명 가운데 300명이 넘는 학생이 관내가 아닌 용인 시내와 이천 안성시, 여주군 등지에서 주소를 이전한 뒤 입학했다. 다른 면 단위 학교들의 평균 학생 수는 500∼600명 수준이다.

안종옥(61) 교장은 “학생이나 교사의 열의를 뒷받침하지 못해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라며 “사교육에 뒤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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