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 ‘낙하산 착륙장’ 된 삼성장학재단

  • 입력 2007년 1월 12일 2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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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삼성그룹의 사회환원기금 8000억 원을 인수받아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을 출범시키면서 교육부 퇴직 공무원들을 ‘낙하산 인사(人事)’로 대거 취업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말썽이 나자 일부는 사퇴시켰지만 당초 사무국 직원 11명 가운데 9명이 교육부 출신이었다니 이름만 장학재단일 뿐 교육부 산하단체나 다름 없다.

교육부는 이들에게 교육부 재직 당시보다 10∼20% 높은 연봉을 책정해 줘 사무총장의 경우 9000여만 원의 고액 연봉을 받고 있었다. 직원 11명이 근무하는 사무실 넓이는 138평이나 됐다. 기업이 내놓은 사상 최대의 기부금을 교육부는 ‘주인 없는 공돈’쯤으로 생각했는가.

삼성그룹은 이 기금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어떤 용도로 쓰든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순수한 뜻이 집단이기적 관료주의에 의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 재단의 설립 목적은 다른 것도 아닌 ‘소외계층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장학사업이다.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한 푼이라도 아껴 써야 할 돈으로 집안잔치를 벌이는 행태를 ‘교육부스럽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교육부는 “장학사업이 본격화되면 공무원 출신 9명으로도 부족할 것”이라고 둘러대기에 바쁘다. 이 재단은 올해 130억 원의 사업예산을 편성해 공부방 대안학교 등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지원사업을 펼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발상이 변하지 않는 한 효율적 집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현 정권의 코드 편향은 기금 집행의 적절성과 공정성을 믿기 어렵게 한다.

이 재단은 미국의 빌 게이츠가 내놓은 10억 달러의 장학기금에 맞먹는 세계적 규모다. 기업의 기부를 뜻있고 빛나게 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정부가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마음먹고 내놓은 기부금이 이렇게 쓰인다면 기부를 왜 하느냐는 의문이 확산될 것이다. 재단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이 재단의 성공 여부가 향후 한국의 기부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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