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초등 1년생부터 영어교육한다는데…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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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성북구의 한 영어유치원에서 취학 전 아이들이 원어민 교사로부터 노래와 율동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으로 영어교육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교육당국의 발표 이후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영대 기자
20일 서울 성북구의 한 영어유치원에서 취학 전 아이들이 원어민 교사로부터 노래와 율동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으로 영어교육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교육당국의 발표 이후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영대 기자
《교육인적자원부가 현재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영어교육을 2008학년도부터 1학년으로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뒤 조기 영어교육 바람이 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부 부유층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취학 전 유학까지 고려하고 있는 반면 그동안 영어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한 부모들은 학교의 조기 영어교육에 기대를 걸면서도 불안해하고 있다. 또 영어학원가나 출판사들은 매출을 늘릴 수 있는 호재로 보고 사업 확장 계획을 세우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른 애에게 뒤질라” 경쟁 시작=6세 아들과 4세 딸을 둔 주부 박모(32·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최근 교육부 발표를 보고 미국에 사는 동생 집에서 아이들과 1년 정도 살다 오기로 결정했다.

박 씨는 “강남 아이들은 이미 상당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입학한다”며 “영어유치원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아예 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귀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 사교육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시기도 2, 3년 앞당겨질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딸(6)을 둔 송모(31·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학교에서 배우면 된다고 느긋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학원에 보낼지, 개인 과외를 시킬지 고민 중”이라며 “다른 아이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데 우리 아이는 기초도 몰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아영어교육 전문사이트에는 예비 초등생을 둔 부모들의 학원, 교재, 외국인 강사, 조기 유학에 대한 문의가 하루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YBM ECC 관계자는 “유아 영어교육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아교육 교재에 대한 학부모 반응 등 시장 조사를 하고 있고 곧 교재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선 ‘환영’ 분위기=반면 영어학원이 별로 없는 지역이나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들은 학교에서 일찍 영어를 가르치는 데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6세 딸을 둔 홍모(34·여·서울 동작구 흑석동)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원에 보낼 생각이었는데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게 되면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영어학원은 30만∼50만 원 한다는데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아들(7) 딸(5)을 둔 최모(36·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서울처럼 유아영어 전문학원이 많지 않아 어떻게 영어를 가르칠지 막막했다”며 “학교에서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쳐 주면 학부모 부담이 줄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남 나주시의 한 어린이영어학원 대표는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면 지방의 영어학원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학교와 차별되는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아교육정보 사이트 쑥쑥닷컴(www.suksuk.com)의 설문조사 결과 20일 오후 4시 현재 영어교육 확대 찬반 질문에 응답자 662명 중 391명(58%)이 찬성, 196명(29%)은 반대했다.

▽전문가 “과민 반응할 필요 없다”=조기 영어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찬반이 엇갈리지만 지나친 조기 영어교육 열풍은 우려하고 있다.

서울교육대 김혜리(金惠理·영어교육) 교수는 “이론적으로 6세부터 영어교육을 시키면 효과가 있지만 영어를 상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아이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권오량(權五良·영어교육) 교수는 “초등 단계에서는 영어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선 학교에 실력 있는 영어교사를 배치해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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