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찰 창설 60돌…그대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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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1일 창설 60주년으로 회갑을 맞이한다. 광복 직후 4800여 명에서 출발한 경찰관은 현재 9만6000여 명으로 20배가량 성장했다. 과거 4·19혁명 등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고, 인권경찰 선진경찰로 거듭나려는 몸부림도 어느 때보다 힘차다.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날의 주인공들은 치안 현장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온 경찰관이다. 고단하지만 보람된 이들의 오늘을 되짚어 본다.》

순직 경찰관의 아내 황옥주(39) 씨는 1년에 두 번, 남편이 숨진 날과 경찰의 날(10월 21일)에 추모제를 지낸다.

황 씨의 남편은 지난해 8월 1일 성폭행범을 검거하려다 흉기에 찔려 피살된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반 소속이었던 심재호 경사.

19일 황 씨는 아들 우연(5)이와 딸 유리(3)를 데리고 대전 국립묘지에 있는 남편의 묘소를 다녀왔다. 유난히 남편의 경찰모자 쓰기를 좋아하는 우연이가 “아빠는 나쁜 사람 잡으러 하늘 갔지, 나도 경찰 할 거야”라고 말하자 황 씨는 눈물을 쏟았다.

유치원을 다니면서 부쩍 말수가 늘어난 아들이 “비행기 타면 하늘나라 갈 수 있어?” “아파트 높은 곳으로 이사 가면 아빠가 보일까”라고 물으면 말을 잇지 못한다.

당시 이 사건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 황 씨는 경찰공제회에 특채돼 서부면허시험장에서 기능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중이다. 월급과 보훈연금으로 생활은 그럭저럭 꾸려 나갈 수 있다.

황 씨는 “정작 두려운 것은 다른 무엇보다 점점 커져 가는 남편의 빈자리와 주변의 무관심”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또 다른 순직 경찰의 아내가 남편에게 보내는 글을 인터넷 경찰 추모관에 올려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대구 연쇄방화범 검거 도중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한 김상래 경사의 아내 김모(35) 씨가 쓴 글이다.

“출근하면 퇴근도 있어야지… 당신 빨리 퇴근했으면 좋겠다”며 “아들 도이(4)와 함께 예전처럼 비빔밥을 함께 먹자”는 내용이 어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소개되자 300명이 넘는 누리꾼이 격려의 댓글을 썼다.

그러나 사회의 안녕을 위해 가정의 안녕을 소홀히 했던 경찰관 유가족에 대한 배려는 소홀한 편이다.

사고 및 과로 등으로 숨진 경찰관의 유가족에게는 수당을 제외한 월 급여의 36배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족이 월 60만∼80만 원의 보훈연금을 함께 받는다.

만족스러운 처우는 아니지만 경찰관 가족 중에는 같은 제복을 입는 경우가 많다. 3형제 또는 쌍둥이 형제나 자매가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 강력반 김화식(54) 경위는 탈주범 신창원, 남부경찰서 방범순찰대원 살해범, 보라매공원 토막살인범을 검거한 강력계 베테랑.

그의 2남 1녀 중 작은아들과 딸은 현직 경찰이다. 큰아들도 경찰관과 결혼할 예정이어서 말 그대로 경찰 가족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 경위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도 현직 경찰관이었다.

김 경위는 지난해 딸이 순경이 되자 중앙경찰학교 소식지에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실었다.

부인 이영심(54) 씨는 ‘며느릿감으로 경찰관은 별로 좋은 직업이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에 “경찰관은 오전 3시 이전에는 집에 들어오는 적이 없고 박봉이지만, 그래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과 억울한 사람을 도우니 가장 좋은 사람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작년 25명 순직-1088명 부상…유족에 대한 보상 소홀한 편▼

경찰관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는 업무 특성상 순직하거나 다치는 일이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1945년 10월 창설 이후 순직 및 전사한 경찰관은 1만3328명. 6·25전쟁 당시 전사한 경찰관이 포함된 숫자이지만 해마다 평균 221명이 순직했다.

순직자는 2000년 33명에서 2001년 38명, 2002년 39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25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7월까지 17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근무 중 부상하는 경찰관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00년 705명이던 부상자가 지난해 1088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549명이나 다쳤다.

순직 원인은 과로가 66%로 가장 높고 다음이 교통사고로 24.7%이다. 부상자는 안전사고(38.9%)와 교통사고(27.6%)가 많다.

경찰관은 순직할 경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월 급여의 36배를 보상받는다. 부상에 대해서는 위로금 20만∼100만 원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근무한 지 20년이 안된 젊은 경찰관에게는 연금 혜택이 없어 유가족 생계가 어렵게 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 보상에 관한 특례법’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제정되면 20년 미만 근무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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