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창씨개명 천안초등학교 120명 한글이름 졸업장 다시 받기로

  • 입력 2005년 2월 1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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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천안초등학교의 창씨개명본성명추진위원회 소속 졸업생과 학교 관계자들이 11일 동문들에게 본래의 한글 이름으로 다시 수여할 졸업장과 졸업명부를 대조하고 있다. 천안=변영욱 기자
충남 천안시 천안초등학교의 창씨개명본성명추진위원회 소속 졸업생과 학교 관계자들이 11일 동문들에게 본래의 한글 이름으로 다시 수여할 졸업장과 졸업명부를 대조하고 있다. 천안=변영욱 기자
“꼭 60년 만에 진짜 내 이름이 적힌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겁니다. 이제야말로 초등학교를 정식으로 졸업하는 기분이네요.”

충남 천안시 원성동 이종수(李鍾洙·73·전 충남도의회 의장) 씨는 19일 모교인 천안초등학교에서 60년 만에 졸업장을 다시 받는다.

천안초등학교 측이 창씨개명본성명추진운동본부(본부장 김성열·金聖烈 천안화랑 대표)의 청원을 받아들여 창씨 개명된 이름으로 졸업장을 받은 동문 1200명 가운데 소재가 파악된 120명에게 이날 본래의 이름을 기재한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기 때문.

이 씨는 “이번 졸업장은 다른 어떤 졸업장이나 표창장보다도 의미 있고 감회가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39년 3월 입학 당시 일제의 강요로 시바야마 쇼슈(芝山鍾洙)로 창씨 개명했다. 이후 학적부는 물론 1945년 2월 졸업할 당시의 졸업생 명부와 졸업장에도 개명한 이름이 기록됐다.

정부가 미군정 시절인 1946년 일제의 잔재 청산 작업으로 조선성명복구령을 제정해 모든 문서의 이름을 환원하도록 했지만 학적부와 졸업생 명부, 졸업장에 대해서는 미처 관심을 쏟지 못했다.

이에 따라 천안초등학교 총동문회는 2001년 창씨개명본성명추진운동본부를 만들어 최근까지 8차례에 걸쳐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 헌법재판소 등에 수정을 건의하거나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학적부의 보존기간이 50년이며 보존기간이 지난 문서에 대해서는 수정 권한이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정부의 반응이 미온적이자 운동본부 측은 학교 차원에서라도 조치를 취하자며 지난해 말 천안초등학교에 졸업장 재(再)수여 청원을 냈고 지난달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충남 천안시 천안초등학교가 보관하고 있는 일제강점기 학적부. 원래 이름에 줄이 그어져 있고 그 옆에 창씨개명된 이름이 적혀 있다.

운동본부 측은 조만간 학적부의 비고란에 ‘조선성명복구령’이라는 문구의 고무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학적부도 간이 복구하기로 했다.

허은(許垠) 천안초등학교장은 “학교 차원에서나마 졸업생들에게 60년 한을 풀어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성열 본부장은 “앞으로 천안지역 및 충남도내 초등학교로 한글이름 졸업장을 다시 주도록 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가 광복 60주년인 만큼 정부도 본성명 되찾기 운동에 적극 호응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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