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 ‘TV안보기 시민모임’ 18일 창립

  • 입력 2005년 1월 16일 18시 01분


코멘트
프리랜서 상담원 윤서정(尹瑞正·42) 씨는 지난해 9월 TV를 거실에서 골방으로 옮겼다.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42)이 버릇처럼 TV를 켜고 손님이 와도 대화는커녕 TV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에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TV 대신 거실 가운데 커다란 탁자를 놓으니 아이들도 저절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립니다. 가족간 대화도 늘었고요.”

지난해 5월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대안학교인 독수리기독중학교 사이트에 이 학교 1년생의 아버지가 ‘TV 없는 집에 사는 상림이가 불쌍하니?’라는 제목의 글을 띄웠다.

“상림이네 집에는 TV가 없단다. 2년 전 재활용센터에 전화해 TV를 가져가도록 했기 때문이지.”

상림이 아빠 오세훈(吳世勳·44·KFI 대표) 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TV를 다시 사달라고 졸랐지만 학교 선생님이 ‘너희 부모님은 정말 대단하구나’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책을 보고 음악 듣기, 만들기에 집중하니 아이들의 성적이 올랐다”고 전했다.

TV 안 보기를 실천하는 가족이 늘고 있다. TV 중독의 심각성이 알려지고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TV 바로보기 운동을 펼친 결과이다.

▽“우리는 TV 없이 살아요”=서울 용산구 남영동 숙명유아원은 1994년부터 원아와 원아가족을 대상으로 9월 독서주간에 맞춰 ‘TV 안 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종현(李鍾賢) 원장은 “TV가 우리 생활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 깨닫고 TV 시청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처음으로 1993년 ‘TV를 끕시다’ 캠페인을 벌인 YMCA는 최근에는 ‘TV 바로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들이 가정뿐 아니라 학교, 지하철, 버스에서까지 TV에 노출돼 있어 TV를 보지 않도록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미디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서다.

숙명여대 서영숙(徐永淑·가정아동복지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가톨릭다이제스트 등 단체와 회원 가족들은 18일 오후 3시 숙명여대 서관에서 ‘TV 안 보기 시민모임’ 창립총회를 연다.

이 모임은 TV 시청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5월 어린이주간과 9월 독서주간에 범국민적 TV 안 보기 운동을 실시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잘못된 TV 시청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TV 안 보기 운동을 확산해 건강한 가정문화와 건전한 여가시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TV가 우리를 본다”=얼마 전 국내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 수전 린 박사(심리학)는 “상업성에 물든 TV 프로그램 때문에 아이들은 점점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닐슨미디어리서치(2000년)에 따르면 미국 가정에서는 하루평균 7시간 40분 TV가 켜져 있고 1명이 하루평균 4시간 시청한다.

미국에서는 95년부터 과다한 TV 시청으로 빚어지는 사회문제와 가족간 대화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4월 마지막 주에 ‘TV 끄기 네트워크’ 주관으로 ‘TV를 끄면 삶이 살아난다!’ 행사를 매년 펼치고 있다.

한국의 TV 시청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주간 평균 TV 시청시간은 23.7시간(하루 3시간 23분)이었다. 일주일에 하루를 TV를 보며 지내는 것이다. 휴일에는 평균 4시간을 TV 앞에서 보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