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너무 없어요”… 초등학교 ‘초미니화’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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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산간이나 섬도 아닌 서울 한복판에 한 학년의 학급이 1, 2개밖에 안 되는 ‘초미니’ 초등학교가 늘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도심의 공동화(空洞化) 현상 탓이다.

특히 종로구는 전교생이 500명 안팎인 초미니 초등학교가 구내 14개 학교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교생이 222명밖에 안 되는 학교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구 용산구 등 인근 도심지역도 비슷하다.

중구 남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48명이고, 용산구 용산초등학교는 1980년대 전체 56학급에 3000여명이던 학생수가 올해는 9학급 167명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

이들 3개구를 관할하는 서울 중부교육청에 따르면 이 지역 전체 초등학생 수는 3만5000여명으로 올해 530여명이 주는 등 해마다 1%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도 용산구 29.7명, 종로구 30.6명, 중구 30.8명 등으로 서울지역 평균 35.6명은 물론 전국 평균인 33.9명보다도 낮아 농촌지역 학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상업지역으로 변모한 도심을 떠나 강남이나 경기 일산, 분당 등 거주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외곽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학생수가 줄다 보니 후유증과 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중구의 한 초등학교는 줄어든 학생들 때문에 남는 교실을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내줘야 했다. 또 학생수가 급감한 용산구 내 한 초등학교는 국유지인 학교 운동장에 장애인 전용 체육관을 건설하려는 당국과 지역 주민들이 큰 마찰을 빚기도 했다.

종로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주변에 아이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는 것을 보면 이러다가 학교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들이 많은 친구를 사귀어 보지 못해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나중에 중고교에 진학해 경쟁체제에 잘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 매동초등학교 김용남(金鎔湳) 교장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학생수를 400명 이내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당 학생수가 적은 만큼 인성교육이나 개별지도가 가능해 학업성취력은 오히려 높다”고 말했다.

중부교육청 조영범(曺永範) 장학사는 “학생수가 얼마가 되든 폐교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라며 “빈 교실을 특별교실로 활용하는 등 차별화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종로발전포럼’ 강지원(姜智源) 대표는 “서울 도심은 각종 규제로 주거지역 개발이 제한돼 있다”며 “도심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 주변에 주거용 주택을 다량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스쿨 블록’ 지정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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