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체육 현실과 문제점]“賞타야 대학진학” 선수들 골병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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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을 위주로 한 무리한 훈련으로 고교 체육이 멍들고 있다. 특히 체중 감량 과정에서 숨진 전국체전 전북 레슬링 대표선수 김종두군(17)이 자전거에 묶인 채 달리는 ‘비인간적인’ 감량을 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고교 체육의 문제점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멍드는 학교 체육=“며칠 굶고 7∼8kg 빼는 건 일도 아니에요. 일상생활이죠.”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에서 유도를 하고 있는 박모군(17). 그는 김군 사건에 대해 “고교 운동선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군도 실제 올봄 대회 출전을 위해 9kg을 뺀 적이 있다. 원래 체급보다 한 체급 낮춰 출전을 하느라 무리한 감량을 한 것. 박군은 “낮은 체급이 경쟁이 덜 심해 코치와 상의 끝에 체급을 낮췄다”고 말했다.

박군의 부모도 대회 입상 경력이 있어야 체육 특기자로 대학을 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동의했다.

유도 특기생으로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김모군(19)은 “마지막 1kg이 안 빠질 때가 제일 괴롭다. 그러면 사우나 안에서 운동을 하고 정 안되면 하루 종일 껌을 씹으며 침을 뱉어 200g을 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수의 장기적인 발전은 무시되고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무리한 방법들이 동원돼 자질 있는 선수들이 오히려 일찍 시들어가고 있다. 특히 체급 경기가 많은 투기 종목 선수들은 신체가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성장기부터 무리한 감량을 강요받아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이 적지 않다.

▽구조적인 문제들=문제는 이런 무리한 체중 감량이 고교 선수들에게 구조적으로 강요된다는 점. 전국규모 대회 3위 이상 입상자에게 체육특기자 혜택을 주는 대학이 많아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무리한 감량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선 학교 코치들의 목소리다.

한 고교 레슬링 코치는 “우리가 조정을 안 해도 본인이나 학부모가 체급을 낮춰 출전하겠다고 조르는 일이 많다”며 “무조건 대학은 가야 한다는 게 선수나 부모의 생각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전의 시도 예선이 5월에 시작되는 종목이 적지 않은 것도 문제. 한창 자라나는 성장기 선수들이 5개월 동안 같은 체급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안민석(安敏錫) 교수는 “청소년기의 과도한 체중감량으로 체육 특기생 절반 정도가 골병 든 상태로 대학에 입학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20세 전후로 운동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선수의 신체 조건은 완전히 무시되고 오직 대학만을 위해 몸을 혹사하는 고교 체육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중장기적으로 우수한 선수를 육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김종두군 사건과 유사한 일이 재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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