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절감 대책,“수능 점수제 폐지… 등급제 전환”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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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전환하고 중고교생의 성적 평가를 점수에 따른 서열방식이 아닌 성취도 평가(Pass 또는 Fail)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뢰로 이 같은 내용의 사교육비 경감 방안(초안)을 14일 대전시교육청에서 열리는 공청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개발원의 이 방안은 교육부가 연말까지 내놓기로 한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의 중요한 원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입제도 개선방안=교육개발원은 대학 입시에서 수능시험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수험생의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현행 9등급을 20∼30등급으로 세분화하는 방안(등급제)을 내놨다. 수능을 등급제로 전환하면 등급 내의 점수차는 의미가 없어져 수능의 변별력이 현재의 점수제에 비해 크게 줄어들게 된다. 현재는 각 대학이 수험생의 영역별 표준점수를 활용하고 있다.

개발원은 각 대학이 전공 및 학과별로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수학능력 및 자격 기준을 미리 알려 이에 맞는 전형을 실시하고 과외 수요를 부추기는 경시대회를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또 수험생의 성장과정을 담은 자료(포트폴리오)를 전형에서 주요 자료로 활용하고 담임교사가 아닌 전공 교과 교사 추천제를 도입하는 것을 장기 방안으로 제시했다.

▽성적 평가 개선=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기초학력을 키우기 위해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꼭 필요한 교과만을 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점수 위주의 서열평가에서 국가 수준 성취도 기준에 도달했는지 여부만을 평가하는 쪽으로 바꾸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개발원은 또 대학입시 과열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6-3-3년제’인 초중고교 학제를 장기적으로 ‘6-4-2년제’로 개편해 고교 과정을 일반계는 대학 준비 과정으로, 실업계 및 특성화 교교는 직업교육 과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학원 등 사교육 기관의 난립을 막기 위해 △학원강사 면허제 도입 △학원 수업료 표준화 △카드결제 의무화 △학원 설립 허가제 및 인증제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실현 가능성=이번 대책 초안은 10차례에 걸친 전문가 토론과 여론 수렴을 거쳐 마련돼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발원이 연구 차원에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포함시킨 것으로 아직 정책적으로 채택 여부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혀 당장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는 이르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선을 당분간 논의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현행 교육부 규정은 대입제도 개선안을 3년 전에 공고하도록 하고 있어 단기간에 대입제도가 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성태제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대입 정원은 한계가 있어 수능 등급만으로 전형할 수 없다”면서 등급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학제 개편이나 사교육기관 허가제 등은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4일 대전에서 공청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11월 28일까지 서울 등 전국 5개 권역에서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까지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수능 예상점수 올해 발표안해”▼

2004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11월 5일 대학입시 전문기관의 수능 성적 등락폭 예상치 발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 대입전문학원 평가실장들은 수능 당일 문제의 출제 경향이나 난이도만 분석하고 성적 등락폭 예상치를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또 수능시험 당일과 성적 발표(12월 2일) 이후 각 대학의 모집단위별 지원가능 점수와 점수대별 추정 분포표 등의 자료도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고교 등에 입시 관련 자료는 제공할 예정이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 대성학원 에듀토피아중앙교육 정일학원 종로학원 중앙학원 등 주요 입시전문 기관들이 이번 합의에 참여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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