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예산, 확보는 해놓고 집행 지지부진

  • 입력 2003년 10월 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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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청년층(15∼29세)의 실업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내년도 청년실업 예산을 올해보다 49%나 늘렸지만 자칫 올 예산마저 다 쓰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청년 실업자를 위한 각종 훈련사업이 미취업자와 산업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데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내용이 부실해 구직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노동부는 5일 “정부 위탁훈련,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 취업 유망분야 훈련 등 올해 청년실업 관련 사업 예산으로 2152억원을 배정받아 8월 말까지 1136억원(53%)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에서 73억원을 받아 새로 시작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을 빼더라도 예산 집행비율은 55%를 넘지 못하는 수준.

정부의 올해 전체 청년실업 예산 3612억원 가운데 60%가 노동부에 배정됐다.

실업자와 고졸 및 대졸자의 취업훈련 등 가장 비중이 큰 정부 위탁훈련은 중도 탈락자가 많은 탓에 예산 753억원 가운데 8월 말까지 421억원(56%)밖에 사용되지 못했다.

노동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실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업자 재취업훈련 참가자의 중도탈락 비율은 2001, 2002년 각각 20.8%, 24.7%에 이른다. 또 실업자 취업훈련에 참가한 고졸자 및 대졸자의 탈락률도 같은 기간 22.8%, 25.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대 졸업생인 나영석씨(가명·29)는 지난해 말 경남 마산시에서 정부 위탁훈련 프로그램(컴퓨터 교육)에 참가했지만 몇 달 후 그만두었다.

나씨는 “CAD, CAM, 웹페이지 제작 등 프로그램은 그럴 듯했지만 교육내용이 부실해 정부의 지원금만 받는 꼴”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도 핵심인 인턴취업지원제가 겉도는 바람에 643억원의 예산 중 8월 말까지 386억원만 집행됐다. 인턴취업지원제는 미취업 청소년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근로자 300명 미만 기업에 6개월간 1인당 월 50만원, 이후 정규직으로 채용할 때 추가로 15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

그러나 인턴사원을 필요로 하는 업체는 대부분 생산직 중소기업인 반면 청년층은 대기업 사무직을 원하고 있어 수요 공급의 불일치 때문에 지원할 대상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최병훈(崔炳勳)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10월부터 인턴제 대상 기업을 근로자 1000명 미만으로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월 지원금을 1인당 10만원 인상할 것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기능사 양성특별훈련도 올 예산 233억원 가운데 8월 말까지 91억원(39%)만 집행하는 데 그쳤다.

노동부 관계자는 “매년 대부분의 훈련 프로그램 예산 집행은 취업을 시도하다 실패한 구직자들이 많이 몰리는 하반기에 집중된다”며 “불용액(不用額)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훈련기관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실업 관련 노동부 추진사업 예산집행 실적
(2003년 8월말 현재, 단위:억원)
사업 2003년 예산 및 집행실적 2004년 예산안(증가율)
계획 실적(집행률)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643386(60.0%)739(14.9%)
사회적 일자리 창출73-(0%)242(231.5%)
구인업체 개척5025(50.0%)56(12.0%)
해외취업 지원103(30.0%)107(970.0%)
취업유망분야 훈련390210(53.8%)450(15.4%)
정부 위탁훈련753421(55.9%)903(19.9%)
기능사양성 특별훈련23391(39.1%)285(22.3%)
청소년취업지원실96(순증)
2,1521,136(52.8%)2,878(33.7%)
사회적 일자리 창출 재원은 추경예산으로 10월부터 집행되고 있음. 자료:노동부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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