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출마 단체장 이달내 물러나야 내달30일 보궐선거 가능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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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기초자치단체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다음달에 사퇴할 경우 보궐선거가 8개월 뒤에나 치러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방행정 공백사태를 고려하지 않은 현행 선거법의 규정에서 비롯됐다.

▽선거법의 모순=현행 선거법은 매년 상반기(4월 마지막 목요일)와 하반기(10월 마지막 목요일)로 나눠 단체장의 보궐선거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올해는 10월 30일이 하반기 보궐선거 예정일이지만 단체장 사퇴 등의 선거 실시 사유가 한달 이전에 발생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이달 30일까지 단체장이 사퇴해야 이 때 보궐선거가 실시될 수 있다.

만약 9월 30일을 넘겨 총선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인 10월 18일 사이에 사퇴할 경우 보궐선거는 내년 4월 마지막 목요일로 6개월간 자동 연기된다.

그러나 내년 4월엔 총선이 있기 때문에 총선 실시 전후 일정 기간에는 보궐선거 실시를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으로 인해 총선일로부터 50일이 지난 첫 번째 목요일인 6월 10일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러한 지방행정 공백 문제는 2000년 2월 선거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발생하는 것”이라며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법이 개정되더라도 최소 6개월간의 행정 공백은 피할 수 없어 총선을 앞둔 해의 보궐선거일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려되는 행정 공백=전국적으로 많은 현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3선인 단체장들은 ‘3선 제한 규정’에 묶여 더 이상 시장 군수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출마를 저울질하는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사퇴시한이 임박해 공직을 사퇴할 것으로 보여 10월 보궐선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단체장의 측근은 “지역구 결정 및 공천 등 난제가 많아 조기사퇴는 어렵다”며 “대부분의 다른 단체장들도 사퇴시한이 임박해서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단체장이 총선 출마를 검토 중인 시군의 경우 8개월간 지방자치의 실종 및 행정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단체장이 사퇴하면 임명직인 부단체장이 업무를 대행하고 법적으로 단체장과 같은 권한을 갖게 되지만 민선 단체장과는 달리 주민의견의 수렴이나 지역현안에 대한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원대 소진광(蘇鎭光·도시행정학) 교수는 “부단체장은 임명직 특성상 지방의회 및 주민과의 마찰을 우려해 대부분의 현안을 적당히 처리하게 마련”이라며 “민선 단체장의 공백사태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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