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자 감시보도 제한돼선 안 된다’

  • 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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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를 감시 비판하는 언론보도가 쉽게 제한돼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크다. 공인에 대한 언론의 의무를 명시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보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언론자유 신장에 획기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직자는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며, 이를 위임받은 언론이 공직자를 비판 감시함으로써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공익에 부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이번 판결의 중요성이 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언론자유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판결이 향후 언론 현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문화방송의 ‘대전 법조비리’ 보도에 대해 검사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하급심에서 검사 일부 승소 판결이 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이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 업무처리의 정당성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판결함으로써 공인은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공인이고 공공적 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일 때는 보도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고 판결함으로써 공인에 대해서는 보다 자유로운 보도가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우리는 특히 ‘이런 감시와 비판 기능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판결에 주목한다. ‘보도에 악의가 없다면 면책될 수 있다’는 의미로서 언론의 자율과 책임이 충분히 인정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은 임의로 ‘악의적 보도’를 가려내고 경쟁적으로 소송을 내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연출하고 있다. 공직자들은 이번 판결을 통해 언론 관련 소송 남발이 공익을 해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깨닫고,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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