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결정 우편투표제’ 논란…산자부 "군중심리 투표방지"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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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는 11일 노동조합이 파업 여부를 결정할 때 각 조합원이 우편으로 찬반투표를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어 노-정(勞-政)갈등이 나타날 전망이다.

산자부가 적극 검토 중인 ‘쟁의결정 우편투표제’는 개별 조합원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할 때 군중심리에 의해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합원 가정으로 법정 투표용지를 보내 가족과 협의한 뒤 의사를 결정토록 한 제도다. 이는 1988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것을 응용한 것으로 회사측의 대항권 강화를 위해 산자부가 지난달 중순 노동부 노사관계선진화연구위원회에 건의한 12대 개혁과제에 포함돼 있다.산자부는 투표용지에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에 참가하는 것은 근로계약을 위반하는 것으로 징계대상이 될 수 있으며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문구를 넣을 계획이다. 산자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조합원이 가족과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어 적어도 불법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있는 파업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측은 이 같은 발상이 민주적 의사결정 원칙에 위배되는 구시대적 행태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우편을 통한 파업 찬반투표 실시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조합원들이 한곳에 모이는 것 자체를 막겠다는 것으로 군사독재정권 때나 가능한 비민주적이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받아들인다면 큰 충돌이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노총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실장은 “파업 찬반투표는 노조가 알아서 할 일이지 정부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이 이를 담고 있다면 총파업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 당국자는 “각 노조에 우편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이를 보장한다는 의미일 뿐이 파업 방법은 노사 협상에서 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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