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박완희/두꺼비 마을 '원흥이방죽' 보존을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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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충북 청주시 구룡산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하는 저녁이면, 흥덕구 산남동 ‘원흥이방죽’에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5월 중순경 원흥이방죽에 살던 두꺼비들이 서식지인 구룡산으로 집단 이동하는 모습이 청주지역에 처음 알려지고 난 뒤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원흥이방죽을 한번이라도 찾은 시민들은 이곳이 청주 인근에서 자연환경이 가장 잘 보전된 마지막 생태의 보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택지개발지구로 예정돼 있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토지공사는 이르면 9월부터 이곳의 택지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발계획에 따르면 원흥이방죽 왼편으로 두꺼비들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구룡산 자락이 잘려나가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세워진다. 방죽 뒤편으로는 검찰청과 법원이, 앞쪽으로는 상가와 주택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방죽의 자연생태계는 철저히 단절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두꺼비들이 구룡산에서 다시 돌아와 알을 낳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청주지역 환경단체들과 시민들은 원흥이방죽 주변에 아파트 단지와 법원 검찰청을 건립하지 말고 두꺼비 생태공원을 만들어 자연환경을 보전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방죽을 원형 그대로 잘 보전해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자연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이곳 원흥이방죽 주변이 청주 고인쇄 문화의 뿌리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곳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청주지역 일부 사학자들은 원흥이마을 부근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흥사터에서 금속활자인 청주 흥덕사의 ‘직지심요’(1377년·고려 우왕 3년)보다 72년 먼저 목판본 금강경이 인쇄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목판본 금강경을 인쇄한 원흥사터가 어디인지 제대로 밝혀진다면, 이는 청주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하는 중요한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이유로 청주시와 충북도, 토지공사는 원흥이방죽 주변에 대해 택지개발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문화유적 조사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산천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쳐지고 그 자리에 빌딩이 들어서면서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뛰어놀 공간과 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산책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후세에 더 맑고 깨끗한 환경을 남겨주기 위해서라도 자연을 훼손하는 개발은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원흥이방죽 두꺼비 살리기는 자연생태계 보전뿐만 아니라 청주의 역사를 새로이 밝히는 일이며, 이 마을에 살아왔던 사람들과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다. 그리고 ‘교육의 도시’이자 ‘역사문화의 도시’인 청주를 미래의 자연친화적 도시로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박완희 충북청주생태교육연구소 '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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