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납세-병역의혹 쟁점화… 일부 전문직 탈세의혹도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16대 국회의원 총선 출마자들의 납세 및 병역사항이 공개된 결과 상당수 후보들에 대해 탈세 및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돼 이 문제가 총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29일까지 등록을 마친 후보들의 13% 가량이 소득세와 재산세 등 신고대상 세금 항목에 대한 납세실적이 전무한데다 후보자의 22.3%, 후보 직계 비속의 24.6%가 병적기록이 불확실하거나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밝혀져 공무담임의 권리행사를 요구하는 후보들이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 이행에는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문제제기가 잇따르는데 대해 여야 각 정당도 이날 각각 선대위회의 등을 열어 납세실적 공개와 관련한 제도보완을 다짐하는 등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반인들의 경우 근로소득자(4인 가족) 기준으로 연봉 2000만원 정도의 소득자가 연간 평균 20만원 안팎의 세금을 내고 있다. 또 지난해 입영대상자 중 현역입영 비율은 84.8%이며 보충역까지 합치면 94.3%가 현역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일부 출마자들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을 지망하는 후보로서의 기본 자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비까지 일고 있다.

신고 재산규모에 비해 세금납부액이 지나치게 적거나 고소득 전문직 출신이면서도 소득세 납부액이 일반 근로소득자보다도 적은 후보들에 대해서는 탈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A후보는 신고재산이 100억원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3년간 소득세와 재산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고, 경북의 B후보는 20억원대의 재산가이지만 재산세 납세실적이 없어 의혹을 사고 있다.

변호사 출신 후보 중 3년간 소득세 납부액이 1000만원대 이하로 신고한 사람이 10여명에 달하는 등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후보들의 세금납부실적이 전반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고시한 변호사 종합소득세(97년 기준)는 연간 3900만원으로 3년간 합산하면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후보들의 재산내용과 납세실적을 정밀조사해 허위, 왜곡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자들의 낙선운동에 나설 방침이어서 향후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총선시민연대의 김타균(金他均)공보국장은 29일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후보자 자료를 선관위 신고 자료와 비교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고, 정치개혁시민연대의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도 “소득과 재산에 비해 납세실적이 현저히 적은 후보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당선무효소송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시민입법국장은 “이번 세금신고 대상에 종합토지세가 포함되지 않고 금융소득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제도개선 운동을 전개할 뜻을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선대위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문제가 선거현장에서 쟁점화될 것에 대비, 각 후보들로 하여금 경쟁 상대방의 납세 및 병역신고의 누락 또는 조작 여부를 파악토록 지시하는 한편 현행 납세신고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16대 국회 개원과 함께 선거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 주재로 열린 선거대책 회의에서 종토세 포함문제 등 제도적 보완책에 대해 선거 뒤 당론을 정해 다뤄나가기로 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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