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학파 다시 모였다…「서강경제인포럼」공식발족

  • 입력 1999년 5월 14일 19시 31분


3공화국에서 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해왔던 서강학파가 다시 모였다.

서강대 출신 경제인과 전현직 교수가 주축이 된 ‘서강경제인포럼’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창립행사를 갖고 공식 발족했다.

이날 행사에는 남덕우(南悳祐)전국무총리 이승윤(李承潤)전부총리 김종인(金鍾仁)전경제수석 이한택(李漢澤)서강대총장 김덕중(金德中)아주대총장 김재원(金栽元)한화투신 유명렬(柳明烈)코오롱정보통신대표 장동국(張東國)현대전자부사장 차재윤(車在潤)무역협회전무 등 5백여명이 참석했다. 포럼의 회장은 양호(梁浩)뉴욕은행 한일지역 대표.

남전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진로와 서강경제인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김광두(金廣斗)서강대교수는 모임 성격에 대해 “학문적 바탕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부도 하고 친목도 다지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라며 “한달에 한번 정도 금융 무역 산업 등 경제분야의 주요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포럼 멤버들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훈수’를 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교수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깊이있게 연구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당국에 건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강학파는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고위 경제관료를 일컫는 용어. 남덕우 이승윤 김만제(金滿堤)씨 등 경제부총리만 3명을 배출하는 등 70, 80년대 파워 경제엘리트의 산실 노릇을 했다.

이들은 ‘선성장 후배분’의 기조 아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해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강학파가 △관치금융 △재벌옹호 △수출제일주의 △농민과 노동자 희생(노조활동 제한) 등 개발독재 방식을 선호해 훗날 큰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계에서는 서강학파 중 일부 인사들이 빅딜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한 점에 주목해 이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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