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공유하기
기사 416
구독 23


![[책의 향기/밑줄 긋기]네가 이 별을 떠날 때](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1/16/92909106.1.jpg)
아이는 의외로 쉽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구로 온 아이, 사막으로 간 생텍스와 밀항자, 뛰쳐나가버린 아버지, 항구의 노동 속으로 자신을 밀어붙인 어머니, 바다를 선택한 나. 그런 나를 남편으로 선택한 아내. 이 모두의 공통분모는 하나다. 낯선 곳으로의 불안한 이동. 아…
![[책의 향기/밑줄 긋기]유빙의 숲](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1/10/92812605.1.jpg)
아주 멀리서 가까스로 도착한 전류들이 제 몸에 잦아들곤 할 때, 눈 덮인 풍경 속으로 해가 넘어갈 적에, 어미와 새끼가 다정히 물속을 흐르는 것을 볼 때마다 상어의 마음이 뜨거워졌다. 쉬지 않고 내리는 눈에 마음을 대면 사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 열기였다. 2010년 등단한…
![[책의 향기/밑줄 긋기]맥베스](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1/02/92708825.1.jpg)
그녀는 맥베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 “자기야.” 그녀는 속삭였다. “그를 죽여야 해.” 그가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두 눈이 그녀를 향해 반짝였다. 그녀는 손을 놓았다.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때와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덩컨을 죽여야 해.” ‘해리 홀레 시리…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0/26/92607185.1.jpg)
칼리 딜래넉스에게는 뭔가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의 죽음을 필요로 하는 뭔가가―불길한, 너무 오래 살아남도록 만든, 혹은 생활에 치여 너무 오래 죽어 있도록 만든, 그래서 깨어 있을 때조차 썩은 내를 풍기게 만든 뭔가가.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이자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책의 향기/밑줄 긋기]작별](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0/19/92482472.1.jpg)
옆구리가, 어떤데요? 많이 녹아서 그래요. 그가 길게 팔을 뻗어 코트 위로 그녀의 등을 안았다. 손끝으로 그녀의 왼쪽 옆구리를 짚었다. 여기가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 만지지 말아요. 그가 놀라며 얼른 손을 떼었다. 만지면 더 녹아요. 어느 겨울날 벤…
![[책의 향기/밑줄 긋기]여성의 진가](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0/12/92377088.1.jpg)
재혼요? 남자한테 다시 복종하며 사느니 차라리 물에 빠져 죽겠어요! 간신히 노예 상태와 고통에서 빠져나왔는데, 다시 내 발로 그곳으로 돌아가 똑같은 혼란 속에 뒤엉키란 말인가요? 오, 신이시여! 부디 저를 지켜주소서!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일곱 명의 여성이 남…
![[밑줄 긋기]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0/05/92280425.1.jpg)
어린 소녀야, 어서 초콜릿을 먹어,/어서 초콜릿을 먹어!/봐, 세상에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 모든 종교들은 제과점보다도 가르쳐 주는 게 없단다./먹어, 지저분한 어린애야, 어서 먹어!/ 나도 네가 먹는 것처럼 그렇게 진심으로 초콜릿을 먹을 수 있다면! 포르투갈의 모…
![[책의 향기/밑줄 긋기]천황 살해 사건](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09/28/92186975.1.jpg)
생각해 봐라. 그가 황가의 정통 적자가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이 나라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느냐. 천황과 황태자를 암살한 이토 히로부미가 그 중심에 있다. 메이지 유신의 흑막을 진정 모르는가. 그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 스스로 신이 된 것이다. 관…
![[책의 향기/밑줄 긋기]우리가 통과한 밤](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09/21/92124989.1.jpg)
나는 점점 균형을 잃어갔다. 지연이 가라앉아 있으면 나도 그리로 떨어져 내렸다. 내가 뻗대며 뒤로 물러나면, 지연의 존재, 그에 얽힌 사물과 소리들이 내게로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도망가지 않은 것이 내 실책이자 애착의 지점이 되었다. 마흔 살을 앞둔 연극배우 채선과 연극을 보러…
![[책의 향기/밑줄 긋기]그녀, 아델](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09/14/92010356.1.jpg)
욕망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그녀는 단번에 이해했다. 아델은 자신이 접근하는 남자들에게 어떤 욕망도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갈망했던 건 그들의 살갗이 아니라 상황 자체였다. 장악당하는 것. 쾌락에 빠진 남자들의 얼굴을 관찰하는 것. 2016년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자인 저자의…
![[책의 향기/밑줄 긋기]몰입](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09/07/91889196.1.jpg)
영감은 예기치 못한 질량이며 은닉의 시간에 급습하는 뮤즈다. 화살들이 수없이 날아다니지만 화살에 맞은 자는 맞은 줄도 모른다. … 불타는 상상력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은 불경하며 동시에 신성하다. 1975년 첫 앨범을 발표한 ‘펑크 록의 대모’이면서 여러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08/31/91777060.1.jpg)
나무는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다/나무는 흐른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바닥에서 별이 돋아났다// 나는 너무 함부로 아름답다는 말을 해왔다//… 그래서 당신/나는, (시 ‘부춘’) 남도 서정의 맥을 잇고 있다는 평을 받아 온 저자가 자신의 뿌리와 고향, 사라진 것에 대한…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08/24/91666849.1.jpg)
풀이 아니면 내가 뭣을 벗을 삼고 이 햇볕에 나와 앉았겠나. 뭣이든지 키우기 위해 무성하게 잘 크는 풀을 뽑으니 내가 맘은 안 편하다. 뽑아 놓은 풀이 햇볕에 말르는 것을 보면 나도 맘은 안 좋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할 수 없이 또 짐을 매고 풀을 뽑으며 죄를 짓는다. …
![[책의 향기/밑줄 긋기]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08/17/91560551.1.jpg)
코델리아는 왼손으로 총구를 감싸고 오른손으로 총을 쥐었다. 심장이 너무 거칠게 뛰어서 거센 망치질이 틀림없이 그녀를 곤경에 빠뜨릴 것만 같았다. 정문에서 들려온 가느다란 끽소리는 실제로 들었다기보다는 상상에 가까웠지만, 오두막을 돌아 움직이는 발걸음 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
![[책의 향기/밑줄 긋기]일말의 희망](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08/10/91462911.1.jpg)
청년기는 지나갔지만 그 자리에 성숙의 흔적은 없었다. 슬픔과 탈진이 증오와 광기를 숨기는 경향을 ‘성숙’이라고 하지 않는 한은 그랬다. 많아지는 선택지와 두 갈래 길을 늘 마주한 듯한 느낌은 어느새 긴 실종 선박 목록을 보며 부둣가에 서 있는 것 같은 황량한 느낌으로 대체되었다…